도의회까지 만연한 공직사회 부조리

2015-10-29     제주매일

제주도의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의회 사무처에 대한 도감사위원회의 종합감사 결과, 공직사회에 만연한 부조리(不條理)가 업무 전반에 걸쳐 이뤄지고 있었다. 인사 문제부터 명절 선물 중복 지급까지 낯 뜨거운 일도 허다했다.

먼저 지난해 10월의 5급 상당 별정직 공무원(정책자문위원) 채용의 경우를 보자. 당초 도의회의 공개채용 공고에는 직무분야를 도시계획 및 토목·건축으로 명시(明示)했다. 하지만 인사위원회 심의도 거치지 않은 채 내부 결재를 통해 ‘도시계획’으로만 한정됐다. 어느 특정인을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도의회는 “자격을 변경한 것이 아니라 명칭을 통일해서 범위를 명확하게 정의한 것”이라 밝히고 있으나 구차한 변명(辨明)일 뿐이다. 도 조직기구표에도 도시계획과와 건축과 등이 나눠져 있는 것처럼 도시계획과 토목·건축은 엄연히 다른 분야다. 스스로는 이런 꼼수를 부리면서 앞으로 집행부의 잘못을 어떻게 비판할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이번 감사에선 도의원들의 국외(國外)연수 시 필요 이상의 수행 공무원을 대동한 문제도 지적됐다. 현재 타 시·도의회 의원들의 공무원 수행비율은 위원 2명당 공무원 1명 꼴이지만 제주도의회는 이보다 훨씬 높았다. 소속 공무원들의 견문을 넓히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으나, 여기에 들어가는 돈이 도민들의 혈세(血稅)라는 게 문제다.

더욱이 국외연수 이후에는 본회의 또는 소관 상임위에 출장결과를 보고한 후 그 내용을 도의회 홈페이지에 게재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이행하는 도의원들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업무추진비를 선물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도 무시되기 일쑤였다. 올해 추석에는 도의원들에게 3차례의 명절 선물이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기관운영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고 한다. 청원경찰 등 소속 직원들을 격려하는 차원이라면 몰라도 의원들이 몇 만원 짜리 선물을, 그것도 규정까지 어겨가며 3차례에 걸쳐서 받은 것은 참으로 쪼잔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은 도의회의 첫 번째 임무다. 그러기 위해선 스스로가 깨끗하고 허물이 없어야 한다. 이번 감사를 계기로 제주도의회가 보다 새롭게 거듭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