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활력을 주는 건강한 스트레스 해소법”
‘생활의 기쁨’ 취미 세계 <15>난타
지난 27일 제주시 도남동청소년문화센터 지하 공연연습실. 연습실 밖에서부터 천둥이 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안으로 들어서니, 10여명의 사람들이 장단에 맞춰 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강·약을 반복하며 나는 묵직한 소리는 듣는 이의 심장을 요동치게 했다.
양 손에 북채를 들고 쉴 새 없이 북을 두드리는 이들은 제주 난타동아리(회장 김순자) 회원들이다.
‘마구 두드린다’라는 뜻의 난타는 일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을 타악기처럼 두드리는 공연을 말한다. 1997년 배우이자 감독인 송승환 씨가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처음 공연을 선보인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회원들은 이날 난타의 기본이 되는 북을 이용해 연습을 진행했다. 장단은 드라마 ‘추노’에 삽입된 배경음에 기초했다.
음악이 흘러나오자 회원들은 양 손에 든 북채를 이용해 사정없이 북에 내리쳤다. 북을 칠 때마다 들리는 묵직한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이는 마치 쫓고 쫓기는 사람들 사이의 긴장감을 느끼게끔 했다. 또 중간 중간 삽입된 퍼포먼스는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더했다.
홍인숙(53·여)씨도 이 자리를 함께했다. 홍 씨는 “ 가슴이 뻥 뚫린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난타를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처음엔 많이 어려웠다. 박자도 익혀야 하고, 북채는 얼마나 무거운지 제대로 칠 줄도 몰랐다”며 “하지만 ‘배운다’가 아닌 ‘즐긴다’라고 생각한 이후에는 정말 난타를 즐기게 됐다”고 말했다.
난타는 단순하다. 사물을 두드리기만 하면 된다. 덕분에 남녀노소 누구나 배우고 즐길 수 있는 것이 큰 매력이다.
나이가 많아도 쉽게 도전할 수 있다. 고명자(62·여)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5년째 난타를 배우고 있다.
고 씨는 “5년 전 집에 우환이 겹쳐 생겼다.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주변에서 난타를 추천했다 ”며 “나이가 들어 북이나 제대로 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한번 해보고 나니 운동한 것 마냥 몸이 개운해지는 것을 느끼고 난타에 중독됐다”고 밝혔다.
쉬지 않고 북을 두드리다 보니 운동효과가 큰데다,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고대순(58)씨는 “난타라는 것을 전혀 모르다가 우연히 공연을 보게 됐고 난타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퇴직하고 자식들도 다 크고 삶의 활력소가 없었는데 난타를 배운 이후 사는 것이 즐거워 졌다”고 말했다.
박순희(40·여)씨는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아내로, 엄마로 살아가다 보면 스트레스 받는 것이 한 둘이 아니”라며 “가끔 남편이 한 대 치고 싶을 정도로 미울 때가 있다. 그런 감정을 난타로 푸는 것 같다. 이정도면 건강한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고 생각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난타의 매력 도민들에게 알리고파”
인터뷰 김순자 제주 난타동아리 회장
▲동아리는 언제 만들어 졌는가.
제주 난타동아리는 2007년 평소 친하게 지내던 지인 10여명과 함께 시작됐다. 모두 갱년기에 접어든 ‘아줌마’들이었는데, 당시 생활의 활력소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난타’를 배우자는 의견이 있었고 자연스럽게 동아리가 만들어지게 됐다.
처음엔 각자 정보를 수집해 서로에게 가르치는 방법으로 동아리를 운영했다. 어느 정도의 수준이 되자 공연에 섭외됐고, 가입을 희망하는 회원도 많아졌다.
지금은 별도의 난타 강의를 운영, 실력이 뛰어난 수강생들을 회원으로 모집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연습은 어떻게 진행 되는지.
난타 연습은 매주 화·목요일 청소년문화센터로부터 장소를 제공받아 진행한다. 연습에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북을 주로 사용된다.
장단을 익히고, 숙련이 되면 사물을 치는 연습에 들어간다. 하지만 어떤 사물을 치며 그 소리를 이끌어 내는 데는 꽤 많은 연습량을 필요로 한다.
특히 회원들끼리 음악에 난타를 덧씌우고, 특이한 소리를 내는 사물을 악기로 사용해 보는 등 정보를 공유하는 형식으로 새로운 창작 활동도 한다.
▲공연 등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외부에서 섭외를 받는다. 도내 개최되는 각종 행사에서 식전행사로 난타를 선보이는 경우가 많다.
한 축제에서 난타를 선보이면 다른 축제에서도 섭외가 들어온다. 이렇게 ‘난타’의 매력을 전 도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또 재능기부 형식으로 봉사활동을 진행한다. 요양원, 경로당 등을 주로 찾아가는데, 난타는 국악과 비슷한 점이 많아 어르신들이 좋아한다.
▲애로사항은 어떤 것이 있는가.
연습 장소에 가장 큰 애로를 겪는다. 들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난타는 꽤 소리가 크다. 그렇다 보니 방음이 되지 않은 공간에서 연습을 진행하면 소음 민원이 들어오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소를 빌려주려는 기관이 많지 않은 실정이다. 자연스럽게 공연에 사용되는 북 등의 악기를 보관할 장소도 제한된다.
현재는 방음시설이 잘 갖춰진 장소를 물색하고, 사전에 양해를 구해 연습을 하고 있다.
제주도만의 문화예술 육성을 위해서라도 행정기관이 앞서 이런 기본적인 것부터 지원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