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주5일 근무
“이 책을 읽어보고 소감을 써오게” 책을 받아든 사람은 열심히 읽어 독후감을 써서 가지고 온다. 자세히 읽어보고 그 사람의 안목과 재능이 인정되면 다음 기회에 책을 다시 건네준다. 이것은 어느 중ㆍ고등학교 국어 선생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경제사에 길이 남을, 삼성 이건희 회장의 부친인, “인재제일주의”를 기치로 내걸었던 고(故 ) 이 병철 회장의 이야기다.
이 병철 회장은 그 사원의 독서 행적을 메모장에 기록해 두었다가 승진과 보직 결정이 있을 때 정확하게 반영을 시켰다.
반대로 독후감 내용이 엉뚱하거나 부실하면 그에게는 두 번 다시 책이 주어지지 않았다. 승진ㆍ보직에도 불리해졌다. 이 병철 회장은 서당을 마치고 진주의 지수초등학교와 서울의 중동학교 일본의 와세다대학을 다녔으나 중퇴로 인하여 그의 생애는 무졸업장 일생으로 마감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학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엄청난 독서를 하고 임직원들에게 독서를 강권했다. 그는 자주 일본에 갔는데 이 때 신간 서적을 선정, 그룹 임원들에게 지정해서 보내고 나중에 독파여부를 꼭 확인했다. 어느 사장 간담회의에서도 이 회장은 “사장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시원치 않다. 특별한 얘기가 안 나온다. 공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라고 질책하며 독서를 과제로 주기도 했다.
“위궤양 같은데 수술을 받으면 어떻겠습니까. 증상은 아주 경미하지만 빨리 손을 쓰는 것이 좋겠습니다.” 일본에서 인간 도크에 들어가 검사를 마치고 나서 일본의 의사가 이 회장에게 한 말이다. 그러나 사실은 위궤양이 아니라 위암임을 이 회장은 가족들을 설득하여 알아냈고 이 때도 그는 50여권의 위암에 대한 책을 읽었다.
주5일제 근무에 따른 변화들
주5일제 근무에 따른 지난 1년간의 변화는 즉 지난해 4.5월과 올해 4ㆍ5월을 비교해보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 금요일 밤에 주로 직장 동료들과 술을 마시던 대신 일찍 귀가해서 가족과 가까운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할인점에서 야간 쇼핑을 하는 일이 많아지고, 1박 3일이나 2박 4일짜리 해외여행 상품이 인기를 끌어 괌 여행과 필리핀 여행이 각각 30%, 28% 늘어났으며 학원 수강 등 자기개발에 바치는 시간이 늘어나 토요일 주말 반을 이용해 수강하는 직장인이 지난해 보다 약 30% 증가한 것으로, 통계 조사는 말하고 있다.
독서와 연구의 기회
7월 1일부터 공무원들의 주 5일제 근무가 시작된다. 공직에 있는 사람들도 이제 가족과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고 주말여행을 떠나고 학원 같은데 갈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 역사에 처음으로 일반 행정의 공무원들도 필요한 독서와 연구를 할 수 있는 황금과 같은 시간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연이어 2일을 쉰다는 것은 독서와 연구에도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는 평일에 보통 직장에서의 과로와 스트레스 또 부적절한 식사 등으로 집에 오면 독서ㆍ연구를 해볼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다.
어떻게 마음먹고 시작하더라도, 두뇌는 귀족이어서, 피로하나만으로도 정보를 잘 받아들이지 않으므로 곧 흥미를 잃고 시들해져, 이제 나는 벌써 늙었다는 실망스런 생각만을 남기고 끝을 맺는다. 그러나 연 이틀의 휴무는 여유 있는 마음을 갖고 휴식하고 공부에 적절한 식사를 하면서, 귀족인 두뇌에 대해 귀족적 대우를 하면서, 즐겁게 연구해 볼 수 있게 할 것이다. 유명한 에빙하우스(Ebbinghaus)의 연구에 의하면 학습하고 48시간(2일)이 유지된 것은 그 후 거의 한달이 되어도 7%밖에 더 잃어버리지 않고 있다.
제주도는 국제화 속에서 이웃의 일본이나 중국 등과 경쟁하면서 살아갈 길을 모색해야하고 또 국제 자유도시며 제주 특별자치도 같은 굵직굵직한 과제들을 안고 있다. 이러한 과제들을 수행하기 위하여 추진력도 물론 필요하지만 안다는 일 또한 중요하다. 알기 위하여선 읽고 연구해야한다. “사장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시원치 않다. 특별한 얘기가 안 나온다.”라고 이 병철 회장이 한 말을, 도민들이 공무원들에게 말하지 않게끔 희망을 주는 공무원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