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횡령 등 제주 체육계 비리 얼룩
보조금 횡령·경기 결과 조작
‘숙박비 카드깡’ 축구 감독도
단체 임원·감독 무더기 입건
우수 선수 영입비를 빼돌리거나 경기 결과를 조작해 체육 보조금을 가로챈 제주도체육회 2개 가맹단체의 임원과 소속팀 감독이 구속되거나 입건되는 등 제주 체육계가 비리로 얼룩지고 있다.
체육계 비리가 특정 인물에 좌지우지되는 가맹단체의 불투명한 행정과 제 식구 감싸기 문화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전국체전을 대비해 우수 선수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체육 보조금을 가로챈 혐의(사기 및 업무상 횡령)로 제주도복싱협회 임원 이모(40)씨를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은 또 이씨를 도와 범행에 가담하거나 복싱 경기 결과를 조작한 혐의(업무방해 등) 복싱협회 총무 총모(30)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2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전국체전을 대비해 우수 선수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3000만원과 훈련비와 선수 급여 4700만원 등 7700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홍씨 등 4명은 이씨의 범행을 도우는가 하면 지난해 4월 23일 열린 도민체육대회 당시 관리·감독이 허술한 점을 이용, 실제 복싱 경기가 열리지 않았는 데도 1·2위 입상자를 허위로 만들어 경기 결과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선수 선발에서부터 훈련, 대회 참가까지의 모든 과정에 관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씨는 선수들에게 훈련비 등을 직접 관리하겠다고 해 통장을 개설하게 한 후 현금카드와 비밀번호를 받아 개인통장처럼 관리하며 범행에 이용했다.
더욱이 이들은 자신들의 범행을 숨기려고 견적서와 세금계산서를 위조하고 선수들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체육 보조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업무상 배임)로 도내 모 대학교 축구감독 김모(56)씨도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2013년 7월 22일 대구지역 모 숙박업소에서 선수 숙박비를 과다 결제한 후 차액을 돌려받는 등 지난해 10월 21일까지 모두 15차례에 걸쳐 3719만원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선수들의 통장을 이용해 과다 지급하거나 허위 지급한 보조금을 빼돌려 카드값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체육계 비리가 특정 인물의 뜻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불투명한 행정과 제 식구 감싸기 관행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이 남아 있어 비리가 적발돼도 변화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게 문제”라며 “체육계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외부 감사 도입은 물론 비리 체육인 퇴출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2개 가맹단체에 대한 보조금 비리가 확인됐으나 또 다른 체육단체에서도 비슷한 보조금 비리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제주도 감사위원회 등 감독기관에 통보하는 한편, 업무 협조를 통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