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들은 고맙단 말… 나눔의 시작”

아름다운 기부 행복한 제주 <52>김용필 한성수산 대표

2015-10-27     윤승빈 기자

“‘고맙다’라는 한 마디가 ‘나눔’을 몰랐던 제 인생을 바꿔 놓았습니다.”

제주시 동문재래시장에서 한성수산을 운영하는 김용필(45) 대표의 고백이다.

김 대표는 2012년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추진하는 착한가게 캠페인에 가입(392호)해 매달 수익의 일부를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사용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00년 제주시 동문수산시장에 터를 잡았다. 이후 매일 새벽 어판장에서 직접 싱싱한 수산물을 보고 들여온 뒤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김 대표의 첫 ‘나눔’은 본의 아니게 뼈아픈 과거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2002년 설 명절을 앞둔 어느 날, 그는 ‘주문사기’를 당했다.

김 대표는 갈치 100상자 등 무려 1000만원 상당의 수산물을 주문받았다. 가게를 차린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아무 의심 없이 손질부터 포장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마쳤다. 그러나 납품 당일 주문자와의 연락이 두절됐다. 나중에서야 사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손해도 손해지만, 막대한 물량을 처리할 방법이 없었다”며 “버릴수도 없는 양이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처리하려는 마음에 사회복지시설에 모두 전달했다”고 털어놨다.

살아생전 ‘나눔’을 해본적 없던 김대표. ‘우는 심정’으로 선택한 그 결정은 그의 삶을 180도 바꿨다.

김 대표는 “사기를 당했다는 것에 대한 부끄러운 마음과 금전적인 손해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한창 낙담하고 있을 때, 모르는 번호로 수 없이 많은 전화가 걸려왔다”고 회상했다.

전화는 그에게서 기부 물품을 받은 장애인들로부터 걸려왔다. 이들은 모두 하나 같이 “고맙다”는 인사를 그에게 건넸다.

김 대표는 “살면서 그렇게 ‘고맙다’라는 말을 들은 날은 없었을 것이다.

정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며 “남들처럼 좋은 목적으로 기부를 시작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부끄러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이제는 나누며 살아가자’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이때부터 그는 여유가 생길 때마다 성금 및 물품을 기부했고, 봉사활동도 꾸준히 다녔다. 2012년에는 착한가게에도 가입했다.

김 대표는 “가게를 운영하면서 힘든 적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나눔’에 대한 나와의 약속이 떠올랐다”며 “‘나눔’은 타인 뿐 아니라 자신이 살아가는 버팀목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조기 나눔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내가 그동안 기부를 하지 않았던 것은 ‘나눔’이란 것에 대해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며 “어렸을 때부터 나눔의 중요성을 교육받는다면, 세상은 ‘나눔’으로 넘쳐날 것”이라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