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첫날 물바다 된 국제여객터미널

2015-10-25     제주매일

413억원을 투입한 제주항 국제여객터미널이 개장(開場) 하루 만에 ‘물바다 소동’을 벌였다. 신고식치곤 너무나 어이없을 정도로 톡톡한 망신을 당한 셈이다. 이에 따라 부실(不實)공사 논란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여객터미널 대합실에 물이 쏟아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한 것은 개장 첫날 밤인 22일 새벽 1시40분쯤. 느닷없이 사이렌이 울리는 등 긴급 소방시설이 작동해 119가 불이 난 것으로 판단 현장에 긴급 출동했다. 하지만 다행히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다.

조사 결과, 크루즈터미널 대합실 1층에서 스프링클러가 오작동(誤作動)하면서 물이 쏟아지자 소방시설 사이렌이 울린 것으로 밝혀졌다. 1시간 30분 넘게 쏟아진 물로 터미널 대합실은 삽시간에 물바다가 됐다. 또 새어나온 물이 고이면서 무게를 이기지 못한 천장 마감재 일부가 파손되기도 했다.

제주항 국제여객터미널은 사업비 413억원을 들여 6만727㎡ 부지에 연면적 9885㎡의 2층 규모로 지난 7월16일 준공돼 21일 정식 개장했다. 준공 3개월 만이자 개장 하루 만에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개장 당일엔 대형 크루즈선인 코스타 빅토리아호가 외국인 관광객 2000여명을 태우고 처음으로 입항했다. 국제관광지 제주의 이미지가 실추(失墜)됐음은 물론이다.

더욱 큰 문제는 사고 이후의 당국의 대응 자세였다. 이날 제주도는 보도자료를 통해 “도와 한국해운조합의 발빠른 대처로 신속히 누수(漏水)가 차단됐다”는 입장을 내놓아 눈총을 샀다. 사정이 어떻든 간에 개장 하루 만에 발생한 누수사고에 대한 사과부터 표명해야 마땅할 터인데, 도는 자화자찬(自畵自讚)에만 열을 올렸다. 참으로 구태의연하고도 한심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사고가 단순한 기계 오작동인지, 아니면 부실공사에 의한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관계당국은 시공부터 감리까지 모든 부문에 대한 종합점검을 철저하게 벌여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엄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