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품 유통은 감귤 망치는 自害 행위”
올해 산 노지감귤이 공식 출하된 이달 5일부터 열흘간 비상품 단속에 적발된 사례는 35건. 단속이 시작된 지난달까지 합산할 경우 모두 66건에 이른다. 제주자치도의 ‘감귤산업 혁신(革新)’ 의지는 물론 농민단체 등의 ‘근절 결의’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몰염치(沒廉恥)한 행태들이다.
단속 내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비상품 감귤 유통 24건, 강제착색 6건, 품질관리 미이행 5건이었다. 이 가운데 23건은 버젓이 도외로 반출돼 도매시장에서 유통되다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연 제대로운 단속이 이뤄지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이런 행위가 적발될 때마다 생산자단체나 농가는 ‘얌체 상혼(商魂)’을 탓하며, 그 책임을 중간 상인들에 돌렸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적발된 사례 중 감협 소속이거나 농협을 통해 출하된 곳이 다수 포함된 것은 과연 뭐라고 변명할 것인가.
비상품 감귤 유통과 관련 원희룡 지사는 “제주감귤의 위상과 소비자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자해(自害) 행위”라고 규정했다. “감귤혁신 5개년 계획이란 제도적 장치와 비상품 출하금지 결의 등을 대놓고 무시하는 행태”라고 말하는 대목에선 통탄을 금치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주간정책회의를 통해선 “이 같은 자해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고, 예외 없이 모두 퇴출(退出)한다는 의지와 실행결과를 반드시 보여달라”고 공무원들에게 주문하기도 했다. 향후 비상품 감귤 유통 등의 근절을 위해 강력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혀진다.
제주감귤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위기에 처한 이면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그 중에서도 첫 번째가 오랜 세월 ‘정치작물’로 안주(安住)하면서 스스로 나태해졌다는 점이다.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우는 아이 젖을 줘 달래는’ 식으로 당국이 모든 걸 책임져 맡다보니 경쟁력이 생길 리 만무하다. 걸핏하면 ‘감귤=제주의 생명산업’ 운운한 것이 화(禍)를 키우고 병을 키운 셈이다.
그리고 이제 스스로는 어쩔 수 없는 중병(重病)에 든 환자의 모양새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선 환부를 과감하게 도려내야 하는데 그동안 수술자가 시원치 않아 진통제만 쓰며 목숨을 연명해왔다.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서 새 의사가 칼을 빼들고 과감한 수술에 나설지, 아니면 또다시 임시변통식 약 처방에 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