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제에 ‘약’이 되는 중국 자본

2015-10-20     고태호

방향은 ‘새로운 관광 수요 창출’
행정 ‘파이키우기’ 적극 지원해야

최근 중국의 제주 투자가 급증하면서, 제주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부동산임대업·숙박업 등의 부동산 기반 사업에 집중되는 중국의 투자로 인해 제주 지역 지가가 상승하고, 중국인 부동산 점유 비중이 확대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결국 쟁점은 과연 중국의 대(對) 제주 투자가 제주지역 경제에 ‘약’이냐, ‘독’이냐의 문제다.

다음을 가정해보자. 제주라는 섬이 있고, 이 섬에서는 주민이 운영하는 A호텔과 B호텔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인 투자자가 새로운 관광사업 C를 모색하고 있다. A, B호텔 입장에서는 C사업이 어떤 사업이기를 바랄까? 만약 C사업이 새로운 테마파크 조성이라면 섬의 관광수요가 확대되면서 A, B호텔은 기존 보다 훨씬 더 많은 매출을 올리게 될 것이다. A, B호텔에 약이 되는 것이다. 반면 C사업이 (새로운 숙박수요를 늘리지 못하는) 호텔이라면 아마 기존 숙박수요를 흡수, A, B호텔 이용객 규모는 줄어들 것이다. 독이 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중국의 제주 투자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시키는 테마파크형 사업보다는 숙박업 등의 전통 관광사업에 집중되면서, 약보다는 독이 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실제로 최근 입도 관광객의 지속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관광 관련 사업체당 매출액은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숙박시설 건설 과정에서 경제효과가 발생하나, 이는 1회성에 불과할 뿐, 지속적인 파급효과 유발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가급적 중국 자본이 제주지역 경제에 약이 될 수 있도록 투자유치를 유도할 수 있어야할 것이다. 물론 자본의 속성이 이윤인 만큼 투자기업의 이윤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전제 하에 중국 투자 유치의 방향을 고려해본다면, 그것은 새로운 수요 창출 즉, ‘파이 키우기’다.

파이를 키울 수 있는 방법으로 크게 2가지 방향을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먼저 관광산업 분야의 투자유치를 숙박업 중심의 기존 전통 관광산업 중심의 투자가 아니라 신(新)관광 수요를 창출하는 사업 분야로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투자진흥지구 지정대상 업종 중 숙박업은 제외시키고 휴양형테마파크 등의 분야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방안은 대중국 수요 창출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주-중국간 수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 즉, 제주지역의 생산·가공 관련 업체와 중국의 유통 업체간 협력을 통해 제주지역 입장에서는 중국 수출이라는 신수요를 창출하고, 중국기업 입장에서는 유통마진 등을 확보할 수 있는 ‘윈-윈’ 모델인 셈이다.

이와 관련 제주지역의 성공적인 사례가 있다. 제주 향장산업분야의 대표적인 모기업은 허브체험농장·천연화장품공장·체험관광시설 등을 갖춘 허브테마파크 사업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중국내 대규모 유통 판매망을 갖춘 기업과의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약 500억원 사업비 중 300억원을 합작 투자받기로 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제주는 대 중국 유통망을 확보하고,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발판 마련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다만 제주지역 제조업체의 영세성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일반화시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모델은 정보력이 없는 영세한 지역 기업이 아니라 중국 기업이 주체가 돼야 성장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서 중국 기업이 주체가 돼 제주 관련 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사업화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 제주도는 중국 기업 CEO를 대상으로 한 지역 기업 팸투어를 실시하는 등의 정책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이루어지는 중국의 제주 투자가 제주지역에 효과적인 약처방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파이 키우기’에 대한 지역의 고민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