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로 돈 벌며 ‘물 보호’ 인색한 개발공사

2015-10-15     제주매일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사장 김영철)는 지난해 2220억원의 매출을 올려 당기순이익 480억원을 달성했다. 올해도 9월 말 현재 467억원의 흑자(黑字)를 기록 중이다.

개발공사의 이익은 대부분 물(삼다수)을 팔아 벌어들인 돈에 기인한다. 더욱이 공공재인 지하수를 활용하는 공기업(公企業)이기에 그 누구보다 앞장 서서 수자원을 보호하고 관리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게 문제다.

지난해 행정사무감사 때의 일이다. 제주도의회 의원들은 서귀포시 남원읍 제1감귤가공공장에서 배출되는 폐수(廢水)와 관련 남원하수처리장까지 하수관거 연결을 주문했다. 개발공사가 자체시설을 이용해 기준치 이하로 방류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장기간 방류가 계속될 경우 인근 하천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이런 주문에도 불구하고 개발공사 측은 아직 요지부동이다. 감귤가공공장의 적자에 따른 재정적 부담이 가장 큰 이유다. 공사 관계자는 “하수관거 연결을 위해선 원인자부담금(15억7600만원)과 공사비(19억8000만원) 등 35억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며 “하수관거가 연결되더라도 해당 시설의 가동을 멈출 수가 없어 재정 부담이 크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물론 감귤가공공장이 적자(赤字) 상태란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지난 한해만 하더라도 19억73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우리는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공장을 돌리고 있다”는 관계자의 말 속엔 짜증과 항변 같은 게 묻어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공익(共益)을 추구하는 게 바로 ‘공기업’의 존재 이유다. 예산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민간기업의 행태나 다름이 없다. 하수관거 연결에 필요한 35억원은 개발공사로선 수자원 보호를 위한 차원에서 충분히 감당할만한 액수다.

남원감귤가공공장에서 배출하는 폐수는 하루에만 560t으로 막대한 양이다. 도의회에 주문한다. 과연 이 폐수가 ‘아무런 이상이 없는지’ 시료를 채취해서라도 규명하길 바란다. 특히 500억원에 근접하는 개발공사 이익이 어떤 곳에 쓰이고 있는지도 행정사무감사 등을 통해 낱낱이 밝혀냄으로써 ‘공기업’의 존재(存在) 이유와 역할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