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고교 서열화 미래는 “우리끼리”
‘사교육없는세상’ 실태조사…제주, 경쟁 심각 지역분류
인문계 중심 고교 서열화, 결국 ‘패거리 문화’로 귀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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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이 입시 경쟁이 가장 고통스러운 지역 중 한 곳으로 꼽혔다. 시내 인문계고를 중심으로 짜여진 고교 서열화는 이후 고교 동문회를 중심으로 한 패거리 문화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사단법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공동대표 송인수·윤지희)이 지난 1년간 전국을 순회하며 조사한 17개 시·도의 줄 세우기 경쟁교육 실태를 발표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14일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전국 시민들을 직접 만나거나 사전 제보 받은 내용을 토대로 사실 여부를 확인한 결과 ‘학교 줄 세우기 교육’ 관행은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걸쳐 뿌리 깊게 퍼져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심화 반 운영 ▲성적 순 기숙사 입소 ▲사교육업체 설명회 ▲친구 고발 상·벌점제 ▲일제식 고사 ▲합격 현수막 게시를 중심으로 전국 일선학교들의 상위권 학생에 대한 편파 지원 실태를 살폈다.
그 결과 이번 보고서에서 제주지역은 시내 인문계고 진학을 위한 중학생들의 입시경쟁이 매우 심각한 지역으로 분류됐다.
제주는 평준화 지역과 비평준화 지역이 섞여 있어 지금도 고입 연합고사를 치르며, 일부 중학교에서 점심 자율학습과 점심 20분 특강을 진행하는 등 학생들에게 학업 부담을 주고 있고, 시내 인문계고와 외곽 지역의 학교 간 차별이 굳어져 학생들 사이에 열등감과 소외감이 심각하다고 평가됐다.
조사 전 제주지역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받은 제보에는 "학교 간 차별이 심해 외곽 학교 학생들은 학교 밖으로 나오면 교복을 벗고, 버스 정류장에서는 다른 학교 학생과 섞이지 않으려고 눈치를 본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겼다.
또, 제주지역 일부 학교에서는 기숙사 입소를 성적순으로 결정하고 성적 우수자를 위한 심화 반을 운영하는 등 상위권 학생에 대한 특혜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번 보고서에서는 제주지역사회 내에 고교 서열화로 인한 ‘패거리 문화’가 강하게 형성돼 있다는 내용이 실려 눈길을 끌었다.
더불어 제주지역은 고등학교 동문회를 중심으로 한 학연 문화가 강한 가운데 성적 상위권 학생들이 동문회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러시아 등 해외 연수를 다녀온 사실도 확인됐다.
조사자들은 말만 연수지 사실상 관광이나 마찬가지인 일정을 소화하며 상위권 학생들에게만 특혜를 주고 있다며 제주지역은 고등학교 동문회가 성적 상위권 학생들에게 주는 특혜 지원이 다른 지역에 비해 유별나다고 기술했다.
이와 관련, "(고교 서열화로 인해)학생들만 힘든 게 아니라 성인들도 어느 고교 출신이냐를 직장에서 따진다"는 제보 내용이 함께 공개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교육청 차원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대상으로 치르는 일제고사식 ‘제학력갖추기평가’가 학생들에게 학업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사자들은 고교 입시 준비와 학업 저하를 방지하기 위한 명목이지만 사실상 학교간 비교평가이고,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한 문제풀이식 시험 대비를 부추기고 있다고 판단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학교 교육과정이 학교서열화와 경쟁교육을 부추기며 학부모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에 대해 매년 시도교육청 평가시 입시경쟁 완화를 위한 시도교육청의 노력 여부를 평가 지표에 반영하고, 입시 부담 완화를 위해 제도적으로 바꿔야 할 틀이 무엇인지 재검토해야 한다며 29개 해결 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학생들이 입시 경쟁으로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지역 중 하나인 제주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정책적 의지를 가지고 줄 세우기식 학교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더불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대해서는 입시경쟁 고통 해소를 위해 '탈 경쟁 공동 선언' 및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