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낄끼빠빠’로 대변되는 한글의 현주소
2015-10-11 제주매일
‘낄끼빠빠’를 아는 독자라면 신세대이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아주 능통한 사람일 터다. 그 뜻은 ‘낄 데 끼고 빠질 데 빠져라’는 것이라 한다.
이밖에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이나 ‘솔까말’(솔직하게 까놓고 말해서) 등 국적불명의 신조어들이 젊은이들 사이에 빈번히 사용된다고 하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세종대왕이 서술했다는 훈민정음의 첫 머리는 이렇게 시작된다. “나라 말씀이 중국과 달라 한자와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 <중략> 내 이를 불쌍히 여겨 새로 28자를 만드나니 사람마다 쉽게 학습해 사용하는데 편케 하고자 할 따름이다…”
한글의 우수성은 크게 ▲제자 원리의 과학성 ▲풍부한 표현력 ▲배우고 쓰기에 가장 쉬운 문자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도가 지나쳤을까. ‘풍부한 표현력’의 남발로 한글을 익히 알면서도 정작 현재 사용되는 한글의 뜻을 이해 못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낄끼빠빠’ 만이 아니다. 길거리를 거닐다 보면 외래어·외국어 홍수 속에서 순 한글 간판을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눈에 익은 간판을 보더라도 ‘이뿐집’ 혹은 ‘쏨씨’ 등 맞춤법을 어긴 경우가 즐비하다. 최근엔 중국어나 일본어 등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만 고려한 간판들이 판을 쳐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
한 나라의 언어는 그 나라 문화의 소산이며 문화의 매개체다. 세대 간 단절, 그리고 우리 글과 우리 말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세태 속에 제569돌 한글날을 보내는 마음이 착잡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