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의원사업비’ 놓고 또 갈등
집권당인 새누리당이 최근 내홍(內訌)에 휩싸였다. 겉으로 드러난 것은 ‘안심번호제’ 공방이지만 실상은 공천을 둘러싼 ‘밥그릇 싸움’이다. 그것은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혁신이나 탈당 등 숱한 말들이 나오고 있으나 그 저변엔 국회의원들의 생명줄인 ‘공천(公薦)’이 자리잡고 있다.
중앙정치권이 공천에 목을 매단다면 지방정가는 예산이 핵심이다. 지난해 도의회와 집행부가 벌인 ‘예산전쟁’은 대표적인 예다. 그리고 그 원인이 어디에 있었던가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제주도와 도의회 간 예산 갈등(葛藤)이 재연될 조짐이다. 불씨는 집행부가 먼저 지폈다. 지난달 30일 열린 도의회 운영위원회와의 간담에서 김용구 도기획조정실장은 내년도 예산에 ‘의원사업비’ 반영은 어렵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그동안 감사기관에서 문제로 지적했던 ‘재량사업비’가 이름만 바뀐 채 ‘의원사업비’로 사용된 것이 지난해 예산다툼 과정에서 드러났다”고 전제(前提)했다. 이어 “의원들이 필요한 예산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떡반 나누기’식 예산 편성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즉, 일괄적인 예산 편성은 없으나 ‘정상적인 절차’를 밟은 의원예산은 내부 검토를 거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명분(名分)을 앞세운 집행부의 통보에 의원들은 불쾌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렇다고 드러내 놓고 공박할 계제(階梯)도 아니었다. 다만 ‘일방적인 통보’ 등 절차상 문제점을 집중 성토했다. 이런 식이라면 ‘예산제도개혁협의체’는 뭐하러 구성한 것이냐는 비판도 그 연장선상이다.
재량사업비 혹은 의원사업비는 ‘선심성(善心性) 예산’으로 인식돼 갖은 논란을 빚어왔다. 그동안 이 예산이 대부분 ‘지역구 챙기기’에 쓰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꼭 부정적으로만 봐서도 안 된다. 예산제도개혁 등을 통해 얼마든지 문제점을 보완할 수도 있다. 도와 의회의 대립과 갈등으로 인한 소모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의 ‘접점(接點)’은 필요하다. 집행부가 원칙만 내세우지 말고 슬기로운 해법을 강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