實名制부터 저조… 감귤개혁 ‘빨간불’
제주자치도의 ‘감귤혁신 5개년 추진계획’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위기를 맞고 있는 감귤산업을 혁신(革新)하기 위한 처방책이지만 농가들의 동참 의지 및 참여가 저조한 탓이다.
올 상반기 마련된 감귤혁신 계획은 발표가 되자마자 논란이 잇따랐다. 이에 제주도가 부랴부랴 농가와 생산자단체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지난 8월에야 세부실행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농가들의 반응은 아직 시큰둥한 상태다.
그것은 의욕적으로 도입한 ‘감귤 실명제(實名制) 시범사업’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 사업은 ‘내 농산물은 내가 책임진다’는 분위기 조성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어느 사이 무너진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고육책(苦肉策)이다.
하지만 농가들의 반응이 영 시원치가 않다. 제주도가 선과장 40개소를 대상으로 시범사업 참여를 접수받고 있으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8개소만 응했다. 아마도 ‘나 하나쯤이야’하는 그릇된 풍조와 ‘돈을 들이면서까지…’라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시대의 변화(變化)를 모르는 너무나도 안이한 생각이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과일들은 대부분 ‘실명제’를 택하고 있다. 생산자 성명과 주소, 전화번호와 품종 등을 자세하게 명기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신뢰(信賴)를 얻고자 하는 일종의 몸부림이다. 자신이 만들어낸 상품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더욱이 제주도가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는 감귤실명제는 60%가 보조이며 자부담은 40%에 불과하다. 스스로가 제 돈을 들여서라도 해야할 일을 농가들이 거부하고 나서는 것은 결과적으로 ‘제 발등을 찍는’ 자해(自害) 행위나 다름이 없다.
농가들의 인식이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감귤실명제 이외의 다른 사업들도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감귤혁신 5개년 계획’마저 실패(失敗)로 끝날 경우 제주감귤의 미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이번이 감귤산업 회생을 위한 마지막 기회임을 농가나 생산자단체 등은 잘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