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재배·체험농장·웰빙이야기 카페까지 운영
부농의 꿈이 영글다 (16)현정애 보목웰빙농장 대표
여성농업인. 농가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로 노동력이 부족하고 영농 형태도 다변화하면서 농업 경영에 있어서 여성의 역할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부부가 농사를 짓더라도 남편은 경영주로, 아내는 경영주외 농업인으로 등록돼 직업적인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특히 현재 농정 관련 법규 등에서 남성 위주의 농업경영주를 전제로 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여성농업인에게 마련된 정책은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이 때문에 정부는 내년부터 부부가 함께 농사짓는 경우에도 여성 농업인을 공동경영주로 인정하는 법안의 개정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귤 재배-직거래 판매-가공 ‘창조경제 실현’
13년째 제주 지역에서도 기후가 비교적 포근한 지역에서 직접 감귤을 재배하며 체험 농장을 운영, 직거래 판매에 나서는 여성 농업인이 있다.
그 주인공은 서귀포시 칠십리로 317번길 2(보목동 입구)에서 새콤달콤한 맛과 향이 가득한 보목웰빙농장을 운영하는 현정애(52·여) 보목웰빙농장(064-733-7626) 대표.
현 대표는 친환경 농업 중 초생재배 방법인 제초제와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유기질 비료를 시비하는 감귤 재배에 나서고 있다.
감귤 포장도 과수원에서 직접 수확한 그대로 포장해 과일 크기가 균일하지 않지만 신선도가 그대로 유지돼 싱싱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과학적인 영농방법을 통해 신맛이 적고 단맛이 많은 감귤을 수확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현 대표는 “감귤 재배뿐만 아니라 감귤 따기 체험농장도 함께 겸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웰빙이야기카페까지 운영하면서 감귤수제잼과 한라봉수제잼, 감귤 와플, 감귤잼 샌드위치도 만들어 판매하는 창조경제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업주부 13년···여성농업인 13년
현 대표는 남편 강승하(56)씨와 1남 2녀의 세 자녀를 두고 있다.
올해 27세인 큰딸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고 있으며, 대학생인 작은딸(22세)은 외국에 교환학생으로 나가 있다.
막내인 아들은 고3이다.
현 대표는 결혼과 동시에 전업주부로 살았다. 남편 강씨가 지역 건설회사에 다녀 그런대로 수입이 괜찮아 오롯이 육아에 전념하며 아이의 일과에 맞춰 생활하고 있었다.
비교적 자녀간의 짧지 않은 터울로 인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다.
육아에서 벗어난 일은 남편 강씨가 물려받은 800평의 땅이 있어서 주말에 소일거리로 노지 감귤을 재배하는 것과 막내가 걸어 다니기 시작하자 언니 부부가 재배하는 만다린 농장에서 포장 일을 도운 게 전부다.
그러던 그녀의 눈에 띈 것이 도로 인근에 감귤 농장과 함께 즐비하게 서 있는 직거래판매장.
그녀는 남편에게 도움도 될 겸해서 물려받은 땅에 농산물직거래판매장을 지어 운영하기로 했다.
하늘도 도운 것일까. 때마침 물려받은 땅에 도로가 나게 돼 보상금을 받고 그 보상금 등으로 1600평의 농장을 구입했다.
농장이 늘어나고 농산물직거래판매장인 지금의 보목웰빙농장(10평)이 문을 열면서 13년여 동안 전업주부로 살았던 그녀의 삶은 송두리째 변했다.
이제 그녀는 여성농업인으로 산 지 13년째를 맞고 있다.
현 대표는 “자녀가 셋이어서 주부 생활만 하게 됐다”며 “그러던 중 막내가 어느 정도 크니 가정에 보탬이 되기 위해 일을 하기 시작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형부가 농산물 포장 일을 도와달라고 해서 차를 타고 보목동과 강정동을 지나다니다가 길거리마다 보이는 농산물판매장을 보게 됐다”며 “제가 재배하는 감귤도 직거래를 해볼까 하고 농산물판매장을 운영한 것이 지금에 이르게 됐다”고 덧붙였다.
▲여농서귀포시연합회장 되다
현 대표의 남편인 강씨는 다니던 건설회사를 5년 전에 그만뒀다.
농사일로 눈길을 돌린 강씨는 친환경을 접목하기 위해 제주도농업기술원의 문을 두드렸다.
미생물교육과 e비즈니스 교육 등을 찾아다녔다. 그러다가 서귀포정보화농업인에 가입을 했다. 블로그 교육이 있었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 현 대표에게 대신 참석하라는 부탁을 했다.
갑자기 찾아온 기회였다. 현 대표는 블로그 교육을 받으면서 인터넷을 활용한 홍보 방법 등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고객 관리도 전화 연락을 통한 것에서 블로그 등 온라인을 통한 맞춤형 고객 관리로 변모했다.
처음 4000만원 정도의 조수입을 올리던 수준에서 벗어났다. 아직 억대의 빚이 있어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돈을 좀 만진다는 소리를 간혹 듣기도 한다.
현 대표는 “5년 전에 교육을 받고 나서 블로그에 빠져서 농장을 홍보하고 있다”며 “그러다가 남편과 함께 홈페이지 사업도 따고 가공교육까지 받았다. 여성농업인으로 핸드메이드 감귤 즉석 시범사업에도 선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보조를 받아서 농산물판매장 자리에 지금의 웰빙이야기 카페를 만들게 됐다”며 “감귤수제잼과 한라봉수제잼, 감귤 와플, 감귤잼 샌드위치 등을 만들고 있고 감귤 체험 농장까지 하고 있어 흔히들 말하는 6차 산업까지 사업을 확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녀의 교육 열기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현 대표는 “그러다보니 예전처럼 주먹구구식으로 농사를 지을 것이 아니라 교육을 더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농진청이나 농식품연수원에 1년 단위로 교육을 받으러 다녔고 여성농업인리더쉽아카데미 2년 과정도 거쳤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 대표는 “3년 전에 교육을 갔다가 농업경영인후계자에 대한 조건이 45세까지였는데 이후 50세로 완화될 것이라는 정보를 얻었다”며 “정말로 제가 만 50세가 됐을 때 추가 모집이 있었고 지금 농업경영인후계자로 선정돼 보조 등을 통해 위미 지역에 농장 1300평을 구입해 농장 규모도 넓혔다”고 말했다.
또 “영농후계자가 되면서 여성농업인 활동을 했고, 그러다가 사단법인 한국여성농업인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연합회장직까지 맡게 됐다”고 언급했다.
▲아프지 않고 잘 먹고 잘사는 게 꿈
현 대표 부부는 감귤 수확 철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일을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집은 하숙집으로, 잠만 자는 곳으로 변했다.
수확시기가 아니면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일을 하지만 별 차이가 없다.
현 대표는 “농사일을 부부만 하려니까 쉴 시간이 없어 힘들다”며 “교육도 받아야 하고 외적인 일도 챙겨야 하고, 엄마로서 고3인 아들도 신경 써줘야 하고,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남편 강승하씨는 “회사를 그만두니 월급쟁이에서 자영업자로 바뀐 삶을 살아야 했다”며 “다른 농가들처럼 농사를 지어서는 농사를 지은 수입으로 살 자신이 없었다. 다른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교육을 받으러 다녔다”고 회상했다.
이어 강씨는 “지난해 노지 1200평에 하우스 시설을 해 빚이 3억원 정도 생겼다. 지금도 여전히 빚으로 인해 안정을 찾지 못했다”며 “하지만 비가림, 한라봉, 노지 등 재배 품목을 다양화해서 출하시기를 조절을 통한 연중 출하 계획으로 소득 안정화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현 대표는 “전업주부에서 여성농업인으로 삶이 바뀌었는데 앞으로 바라는 것은 온 가족이 아프지 말고 잘 먹고 잘사는 것”이라며 “큰 애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니 나름대로 자기 살길을 찾아서 결혼했으면 하고, 작은딸은 외국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 열심히 하면서 많이 보고, 느끼고 돌아올 것이고 막내는 이제 대학에 잘 들어갔으면 한다”고 소박한 꿈을 소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