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체제 개편’ 고입(苦入)에서 고입(高入)으로

2015-09-23     박 영 선

읍면 고교 활성화·특성화 지향
오랜 시간 소통·합의하며 만들 것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제주 고교체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도내 30개 고등학교를 아이들이 선택해서 들어가는 ‘좋은 학교’로 만드는 것이 지향점이다.

현재 제주의 고교체제는 1980년대 고교평준화 이후 특목고, 평준화 일반고, 읍면지역 일반고, 특성화고의 서열화된 수직적 체계를 유지해 왔다. 이로 인해 초등학교, 중학교 교육은 서열화 된 고교체제에서 상위의 학교로 가기 위한 준비 기간으로 인식돼 왔다.

현 고교체제가 아이들 절반 정도를 탈락시키는 구조이다 보니 중학교 때부터 이미 꿈과 끼, 건강 등을 소진하게 된다. 탈락한 아이들은 자존감을 상실한 상태에서 고등학교를 들어가게 된다. “제주에서는 대학보다 고등학교 들어가기가 더 힘들다”는 말이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급격한 사회변화를 고려할 때 현재 학력 경쟁 구조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적합한지 성찰해야 한다. 아이들은 다변화된 산업·직업군 속에서 역량을 발휘하며 즐겁게 살아가야 한다. 아이들의 꿈과 잠재력을 미래 사회의 역량으로 꽃피울 수 있는 교육적 토대가 필요한 이유다. 이를 위한 핵심 정책이 ‘고교체제 개편’이다. 지금처럼 성적과 서열에 밀려 학교를 가는 것이 아닌, 자신의 꿈과 잠재력을 맞춰 자존감 있게 고등학교를 ‘선택’하는 체제로 개편할 계획이다.

또한 고교체제 개편은 학생 수 감소에 따른 ‘고등학교 통폐합’이라는 어두운 미래에 적극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추진돼야 한다. 통계를 보면 제주지역 학생 수 감소 현상이 매우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소위 ‘황금돼지띠’인 현 초등학교 2학년 학생 수가 6715명이다. 그 이후 연간 도내 출생아는 6000명 수준을 이어가다가 2010년대 이후 500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3년생 아이들이 5838명이고, 지난해 태어난 아이들은 5707명이다.

이런 추이가 계속되면 초등학교 통폐합이 아니라 얼마 가지 않아 고등학교 통폐합이 나온다. 학교 통폐합은 무엇을 의미하나. 지역의 생명력까지 고갈됨을 의미한다.

그래서 고교체제 개편의 가장 큰 화두는 읍면 고등학교 활성화와 특성화 고교 개편이다. 읍면 고교 활성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우선, 성산고를 국립 해사고로 전환하는 데 제주도교육청을 비롯한 도민사회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른 읍면 지역 고교에 대해서는 일선 학교의 현실과 향후 교육추세, 제주자치도 고교체제개편에 관한 연구 용역 내용 등을 토대로 추진될 예정이다. 농어촌 거점 고등학교 중심으로 클러스터화하거나 예·체능을 전공할 수 있는 종합고 형태의 일반고로 운영하는 방안, 교육청 직속 대안·직업교육센터로 활용하는 안 등이 여러 관점에서 검토되고 있다.

 반면 특성화고는 취업이 학교 존립에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만큼, 제주형 마이스터고로의 육성, 향후 전망이 좋은 학과 신설 등이 논의되고 있다.

우리 교육청은 9월과 10월 일선학교와 여러 교육 주체를 대상으로 한 여론 수렴에 이어 10월 도민공청회를 열고 올해 말까지 계획안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다.

고교체제 개편을 둘러싸고 도민사회에서 의견이 활발하게 개진되고 있다. 고교체제 개편 문제는 오래전부터 잠재해 온 제주교육의 구조적 문제다. 이석문 교육감이 취임하면서 고교체제 개편 문제를 본격 도민사회 공론의 장에 올려놓았다.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이해관계와 요구, 비전 등이 얽혔던 사안이기에 고교체제 개편의 순항을 위해서는 그만큼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 지속적인 소통 및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보다, 장기간에 걸쳐 의견을 대폭 수렴, 반영하면서 합의되는 부분부터 점차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도민들과 끊임없이 만나고 소통·합의하면서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고교체제 개편’을
실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