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경시 풍조가 낳은 어린이집 비극

2015-09-22     제주매일

제주시내 모 어린이집에서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돼 도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남편이 아내와 자녀 2명을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이 현장(외도1동)에 도착했을 당시 남편 고모(52)씨는 건물 3층 난간에서 목을 매 2층 계단으로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2층 가정집에서는 어린이집 원장 양모(40)씨가 침실에서, 중학생 아들(14)과 초등생 딸(11)은 각자의 방에서 흉기에 찔려 이불이 덮힌 채로 발견됐다. 고씨와 양씨는 4년 전 재혼(再婚)한 부부 사이로, 숨진 자녀들은 양씨와 전 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수사 결과 고씨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유서 형식의 메모가 발견됐는데 메모엔 ‘잘 떠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으나 아내와 아이들에 대한 언급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외부 침입 흔적은 없었고 범행 도구 또한 집안에서 찾아냈다.

경찰은 최근 가정불화를 겪었다는 주변 사람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밝혀내기로 했다. 하지만 가해자로 여겨지는 남편 고씨마저 이미 죽은 상태로 수사 결과가  명확하게 나타날지는 의문이다.

이번 사건은 그 원인을 떠나 생명경시(生命輕視) 풍조가 낳은 비극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생명경시 풍조는 물질 만능주의와 자기중심적 사고에 기인하는 바가 많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아내는 물론 어린 자식들까지도 죽이는 것은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일이다.

최근 들어 울분을 참지 못해 사람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심지어 ‘묻지마 살인’까지 벌어지는 세태다. 사람들은 생명경시 풍조의 1차적 원인을 ‘잘못된 교육’에서 찾는다. 지금 우리의 교육 현실은 지나친 경쟁에 함몰되어 타인을 배려하는 ‘인성(人性)’을 기르는데 미흡하며, 이로 인해 이기주의적 행태가 팽배하다.

이 같은 풍조를 개인적 일탈(逸脫)행위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죽고 죽이는 나라는 결코 ‘살만한 나라’가 아니다. 인간 생명의 고귀함을 교육하는 일에 정부 등이 적극 나서야 한다. 범사회적인 도덕성 회복운동 역시 절실하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