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 이전기관에 맥 못추는 제주도
혁신도시 이전기관은 제주자치도의 상전(上典)인가. 이전기관 신축 부지를 사주고도 질질 끌려다니는 제주도의 행태에 도의원들도 잔뜩 뿔이 났다. 그리고 그 화풀이 대상은 서귀포시청이 됐다.
14일 서귀포시로부터 청사(廳舍) 재배치 추진상황을 보고받은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 소속 의원들은 정작 청사 재배치보다 이전기관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이 과정에서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사실도 드러났다.
의원들에 따르면 이전기관 신축 부지용으로 53억원을 들여 매입한 토지가 있다는 것. 이를 위해 제주도공유재산 심의회도 거쳤다. 그런데 이제 와서 국제교류재단과 재외동포재단이 서귀포시청 2청사 임차(賃借)를 추진하는 것은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것이다.
현재 서귀포시는 양 기관에 지상 3개층과 지하층을 합쳐 모두 6900여㎡를 임차해줄 예정이다. 또 당초 이전기관 신축부지로 매입한 곳에는 도의회 공유재산 심의 권한을 무시한 채 서귀포소방서를 건립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큰 문제는 싼값에 건물을 임대해주는 것도 모자라 수십억원에 달하는 리모델링비까지 제주도가 부담한다는 점이다. 두 기관 합쳐봐야 인원이 100여명에 불과해 그만큼의 면적이 필요한지도 의문이지만, 걸핏하면 예산 타령을 하던 도가 거액의 리모델링비를 부담하겠다는 것은 아무리 ‘선의(善意)’로 생각해도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다.
혁신도시 이전기관은 우리의 요청이 아니라 법에 의한 것이다. 해당 기관들이 어느 정도의 파급효과를 가져올지는 몰라도 제주도의 저자세에 도민들의 자존감도 무너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