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 여전”
인터뷰 / 다큐 ‘위로공단’ 임흥순 감독
"먼지 풀풀 날리던 어두운 공장에서 깨끗한 사무실로, 근로 환경만 바뀌었을 뿐 여성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은 여전하죠. 어느 지역보다 여성 노동자들이 많은 제주에서 많은 분들이 다큐를 보고 공감해주면 좋겠어요."
14일 오전 제주영화문화예술센터에서 다큐 '위로공단' 임흥순 감독과의 대화의 시간이 마련됐다.
'위로공단'은 지난 달 개봉한 95분짜리 다큐멘터리다. 대한민국에서 캄보디아, 1970년의 봉제공장 여공에서 지금의 항공사 승무원에 이르기까지 여성 노동의 과거와 현재를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 데칼코마니처럼 이어놓았다.
임흥순 감독은 "오래전, 이 땅의 '형님'과 '아버지'는 어떻게든 교육을 받으며 이 사회에서 살아남을 기회를 얻었지만, 여성들은 가족을 위해 희생해야 했다"며 "비록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누군가는 그 때의 고마움과 그들의 아픔을 상기해주어야 하겠기에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그러나 그 때 여공들이 2015년에는 다른 이름으로 불릴 뿐 여전히 약자로 살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위로공단'은, 인터뷰이들의 감정을 세심하게 포착한 영상미가 압권이다. 사실적이라 더 가슴이 아프고 더 아름답다는 평가다.
미술의 전공한 임 감독은 "인터뷰 대상자의 안경에 묻은 먼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영상에 담으려 했다"며 "어떻게 해야 이들의 이야기를 관람객들의 가슴 깊이 전달할 지 가장 고심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임 감독은 "어떤 젊은 사람들은 불편한 영화를 통해 절망감을 준다는 말도 하지만 이 영화는 오히려 공감을 통해 희망을 찾자는 취지"라며 "차라리 이 영화를 보고 누구든 절망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노동문제에 무관심한 세태를 꼬집기도 했다.
임 감독은 특히 여성 취업자 비율이 높고 동시에 비정규직 비율이 전국 평균을 상회하는 제주지역에 대해 "어느 지역보다 여성 근로자들이 많은 제주에서 더 많은 분들이 제 다큐를 보고 공감해주시면 좋겠다"는 부탁의 말을 건넸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제주지역에서 상영관을 찾는 데 어려움이 컸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날 임흥순 감독과의 대화의 시간은 제16회 제주여성영화제(11~15일) 행사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대화의 시간에 앞서서는 다큐 '위로공단'이 상영됐다.
한편 '위로공단'은 한국 영화사상 최초로 2015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에서 은사자상을 받으며 주목을 끌었다. '위로공단'은 제주여성영화제와 별개로 15일 오후 7시 30분 메가박스 제주점에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