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시즌 ‘한들한들’시선 사로잡는 화려한 꽃

김대신 연구사의 제주식물이야기
<18>제주상사화

2015-09-13     제주매일

꽃과 잎이 같은 시기에 공존할 수 없는 식물들이 있다. 물론 대흥란같은 몇몇 난과식물에는 잎이 없이ㅜ꽃만 피는 식물도 있기는 하지만, 잎도 있고 꽃도 피지만 계절적으로 서로 다른 시기에만 나타나 공존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런 식물로는 상사화 종류가 대표적이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꽃이 피는 시기에는 잎이 없고 잎이 나오는 시기에는 꽃이 없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제주에는 제주상사화라는 식물이 자라고 있다.

 

● ‘개상사화’로 불려오던 ‘제주상사화’

무더위는 조금 갔지만 벌초나 중산간지역에서 야외활동을 하다보면 벌판에 꽃대만 쑥 올라와서 화려한 꽃을 한들거리는 제주상사화를 만날 수 있다. 요즘은 공원이나 여기저기에 많이 심어져 있어 전보다는 많이 접할 수 있는 식물이기도 하지만 본래의 자생지는 방목지역이나 계곡 및 그 인접지역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사화는 주변에 여름에 피는 꽃이 많지 않아서 이시기에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꽃이기도 하며, 특히 저지대에서 만날 수 있는 제주특산식물로 그 가치가 더하다고 할 수 있다.

수선화과(科)에 속하는 상사화속(Lycoris) 식물들은 대부분 동아시아지역의 고유식물로 한국을 포함한 일본이나 중국에 분포하고 있다. 국내에는 백양꽃, 위도상사화, 진노랑상사화, 흰상사화, 붉노랑상사화 등이 분포하고 있는데, 꽃의 크기나 화색에 차이를 가지고 구분한다. 이중 제주상사화를 포함해서 위도상사상화, 붉노랑사상사화 등은 한국의 특산식물로 한반도와 제주지역에 고유한 분류군으로 인식되고 있다.

유사한 종류로 흔히 꽃무릇이라고 부르는 ‘석산’은 재배되어온 식물로 주로 사찰이나 조경용으로 일찍부터 다양한 곳에 식재되어온 종류이기도 하다.

원예적으로는 상사화종류들은 꽃이 피는 시기나 잎이 나오는 시기를 가지고 구분을 하기도 한다.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7~8월부터 개화를 시작하는 종류와 8월과 9월에 개화하는 종류로 구분하며, 잎이 나오는 시기에 따라서는 춘기출엽형과 추기출엽형으로 구분을 하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서 보면 제주상사화가 7-8월에 꽃피는 종류로 봄에 잎이 나오는 종류에 해당하며, 야생화로 많이 심는 종류인 석산은 9월중순 이후에 피고 가을에 잎이나오는 종류로 차이를 보인다.

제주상사화의 학명을 보면 종소명이 chejuensis로 제주가 원산임을 알 수 있으며, 명명자도 모두 한국인이다. 과거일이지만 1993년 국내 식물학자에 의해 제주상사화로 새롭게 명명되기 전까지 제주상사화는 개상사화로 불린 적도 있다. 이때 까지 알려진 국내 분포 흰상사화와는 화색에 있어 차이를 보이고 단색보다는 여러 가지 색이 섞여 있어 그런 좀 지나친(?) 이름이 붙은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물론 지금 부르는 진노랑상사화나 붉노랑상사화도 과거에는 모두 개상사화로 불리던 시절이 있기도 하다. 제주상사화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지금의 이름

이야말로 좀 격이 맞고 그 위상에 흠이 없는 이름으로 판단된다.

● 화려하고 다채로운 매력 발산

제주상사화는 여름에 피기 시작하는데, 막대기 같은 꽃줄기에 5~8개정도의 꽃이 피우며, 꽃잎은 6장으로 좌우 대칭이다. 제주상사화는 꽃이 피어있는 기간이 좀 짧다는 점이 있지만, 짧은 만큼 화려하고 다채로운 매력을 충분하게 발산하고 군생하는 특징이 있어 단점을 보완한다. 아까울정도로 예쁜 꽃이지만 제주상사화의 꽃은 불임인 경우가 많아 열매를 맺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번식도 주로 구근이 자라면서 모근에서 분리되어 주변으로 퍼져나가면서 번식을 하게 된다.

제주상사화의 자생지는 제주시 노형동, 상가리, 대흘리 등과 서귀포시 성읍, 동광지역의 초지대와 안덕계곡, 천미천, 천지연계곡 및 광령천의 지류 등 주요 하천주변에도 위치하고 있다. 이외에도 곶자왈지역이나 오름의 분포화구 등에도 소규모의 자생지들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자생지들은 보면 주로 한라산을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 그리고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특징도 있다. 비교적 완만한 경사를 가진 초지나 계곡 주변 등이 주요 자생지인데 상대

적인 경사가 급하고 협곡같은 한라산 남사면의 경우는 분포하기가 좀 곤란한 지역으로 판단해볼 수 있다.

 

● 짧은 개화기간…“집중 식재 명소 바라”

상사화류는 잎이나 구근에 알칼로이드계의 독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오래전부터 약용으로도 활용되어온 식물이며, 꽃이 아름답고 재배가 용이하여 조경이나 원예식물로 각광받아온 식물이다. 특히 상사화들은 개화시기가 다른 구근류와는 상이하고 화색이 다양한 특징이 있어 일찍이 북미 등으로 유입되어 재배되어진 바 있다. 노지월동이나 분화재배 등 키우고 가꾸는 데는 큰 애로사항이 없는 편이지만, 개화기간이 짧아 절화나 화훼용으로는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제주상사화를 비롯한 상사화종류는 아무래도 집단적으로 식재되어 꽃이 필 때 더 인상적인 식물이다. 아무래도 짧은 개화기간의 약점도 보완할 수 있고, 개화기가 다른 종류들과의 혼식한다면 더욱 다채로워질 것이다. 전라북도 고창 선운사의 경우도 좋은 예라 할 수 있는데, 빠른 시일내에 우리 제주지역에도 상사화종류들이 집단적으로 식재된 매력적인 명소가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주도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