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만에 결혼사진 걸 수 있게 됐어요”

서귀포시 중앙동·복지위원협 ‘내생애 봄 날’ 이벤트

2015-09-08     고권봉 기자

“꿈만 꾸던 결혼식 사진을 결혼한 지 56년 만에 찍고 집 안 거실에 걸 수 있게 됐어요. 도움을 준 이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서귀포시 중앙동에서 40여 년 넘게 거주하고 있는 박영범(85)씨와 그의 아내 조옥진(78)씨는 8일 이른 새벽 시간인데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날은 이들 부부가 결혼한 지 56년 만에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차려입고 결혼사진을 무료로 찍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가 거주하는 주택 1층에서 넷째 딸인 박현정(48)씨가 운영하는 예뻐지는 미용실에서 오전 8시에 화장과 머리카락 손질을 받기로 했지만 평생 상상할 수 없던 일이 실제로 다가오자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해 오전 6시부터 미용실로 내려가 딸을 기다렸다.

박씨는 “56년 만에 처음으로 집에 걸어 놓을 결혼사진을 촬영하는 날”이라며 “너무 설레어 잠을 설쳤지만 그래도 기분이 너무 좋다. 처음으로 염색도 했다”고 웃어 보였다.

그리고 인근에 있는 세느웨딩샵에서 순백의 웨딩드레스와 말끔한 턱시도로 갈아입은 이들 부부는 떨리는 마음을 붙잡고 카메라 앞에 섰다.

아름다운 미모를 뽐낸 부인의 미모에 박씨의 입꼬리는 올라가 내려올 줄 몰랐고 서로의 손을 맞잡고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뒤이어 갈치 잡이에 나서는 최경남(59)씨도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부인 오희수(66)씨와 함께 결혼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세느웨딩샵을 찾았다.

이들 부부 역시 지난 밤 설레어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지만 메이크업 등을 받기 위해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Y&K HAIR' 미용실로 걸음을 재촉했다고 했다.

최씨는 “누가 우리가 결혼식 사진도 못 찍은 채 살아가는 것에 대해 신경을 써주고 도움을 주겠느냐”며 “앞으로 저희도 좋은 일에 앞장서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을 찾아 나서 베풀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귀포시 중앙동(동장 박성환)과 중앙동복지위원협의체(위원장 강미경), 예뻐지는 미용실, 'Y&K HAIR' 미용실, 세느웨딩샵 등은 이들 두 부부 등 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6가구를 위한 ‘내 생애 봄 날’ 추억 남기기 이벤트를 진행했다.

박성환 동장은 “‘내 생애 봄 날’ 추억 남기기 이벤트는 고단한 삶 속에서 생계만을 생각하며 달려온 분들에게 가장 화려한 날의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기획됐다”며 “중앙동 1통 탄소포인트 성금 기부와 동직원 초과근무수당 일부 기부, 재능기부 등을 통해 재정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