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에 놓쳐버린 소중한 골든타임

승선 명단 기재 불구 미탑승자 “잘 가고 있다” 전화 응답
“거짓말 없었으면 20~30분 빨리 수색 시작했을 수도”

2015-09-07     김동은 기자

세월호 참사의 ‘교훈’은 어디에도 없었다. 해경은 돌고래호의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서도 1시간 가까이 손을 쓰지 않으면서 귀중한 골든타임을 허비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당시 돌고래호에 탑승하지 않은 사람의 허위 진술 탓에 해경의 대응이 더 늦어졌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7일 제주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8시25분께 돌고래 1호의 선장 정모(41)씨가 상추자도 출장소를 재차 방문했다.

그는 출장소에서 ‘전화 연락이 안 된다’며 돌고래호의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씨가 전남 해남으로 가다 기상 악화로 귀항한 직후인 오후 8시10분께 출장소를 찾은 자리에서 “돌고래호와 연락이 안 된다”고 말한 뒤였다.

이에 따라 해경 추자안전센터는 돌고래호의 출항 사실과 항적이 오후 7시39분에 최종 소멸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추자안전센터는 공식 신고가 접수된 오후 8시40분 뒤에도 즉각 해경 상황센터에 통신 두절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가 20여 분 후인 오후 9시3분에야 조치했다.

승선인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하면서 연결이 되는 지를 확인하면서도 이들을 구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허비한 것이다.

실제 추자안전센터는 어선위치발신장치가 1시간 이상 꺼져 있는 지도 모른 채 사고 선박과 함께 가던 돌고래 1호 선장의 신고를 받고 그제서야 승선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추자안전센터와 오후 8시38분께 통화를 한 A(43)씨는 돌고래호에 탑승하지 않았으면서도 “배가 잘 가고 있다”고 허위 진술을 했다.

이후 A씨는 승선 명단의 허위 기재를 들키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했던 사실을 오후 8시45분께 해경에 뒤늦게 털어놨다.

한 추자도 자율구조단은 “낚시꾼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면 해경이 20~30분 정도 빨리 수색에 들어갔을 것”이라며 골든타임을 허무하게 흘려보낸 사실을 안타까워했다.

결국 해경은 당시 돌고래호가 교신이 끊긴 지점을 중심으로 집중 수색했으나 11시간 만에 반대 방향에서 지나던 어선이 전복된 돌고래호를 발견했다.

해경 관계자는 “처음에는 정씨가 돌고래호의 상황에 대해 논의를 해보려고 했던 것일 뿐 별도의 신고를 하지 않았다”며 “승선인 명부에 있는 승객과 통화를 했고 이 승객이 ‘잘 가고 있다’고 밝혀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