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주일 연휴’ 2번…연차 붙이면 10일까지 가능

길호동의 차이나스토리 <15>중국의 연휴

2015-09-01     제주매일

중국의 성장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세계가 느낄 무렵 이해하기 어려운 소식이 들린다. 중국이 격주로 주5일 근무를 시작한 것이다. 근면과 성실로 웬만큼 먹고 살만해진 한국 사람들도 아직 감히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사치와도 비슷한 것을 이제 막 살기 시작한 중국이 덜컥 한 주에 이틀을 쉬겠다고 한 것이다. 당시에는 다소 엉뚱하게도 비쳐지며 비판에 가까운 분위기도 있었지만 중국은 격주 5일 근무제를 1년 정도 시행한 후 전면적으로 주5일근무제를 도입한다. 주5일 근무의 여유가 반드시 한 나라의 경제력과 관계가 있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1995년의 일이다.

한국은 주5일근무제가 2004년에야 시행, 중국보다 거의 10년이나 늦어졌지만 근로자들 입장에서는 모두들 반겼을 것이고, 중국에 파견돼 근무하던 한국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몇 년 째 견뎌야 했던 요상한 토요일이 드디어 없어진 것이다. 한국의 본사가 근무를 하는 상황이어서 중국에 파견된 한국인 직원들만 줄곧 토요일에도 ‘의리’ 차원의 출근을 했었으나 중국인들과 같은 ‘완전히 쉬는’ 토요일이 생긴 것이다.

중국 5일 근무의 주된 목적이 궁극적으로는 일자리 나누기에 있었다. 노동시간의 단축과 여가 시간의 연장이라는 세계적인 추세도 고려됐다고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당시 중국의 대대적인 구조 조정과 깊은 관계가 있었다. 국영기업이 지속적으로 개혁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실직 상태에 놓인 상황에서 근무 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겠다는 판단이 주된 이유였다. 한국에서도 유행하게 된 단어 ‘철밥통(鐵飯碗)’을 빼앗고 뺏기는 과정에서의 구제 조치가 다 같이 더 쉬는 쪽으로 진행됐던 것이다.

과감한 주5일 근무 정책의 성공에 대한 자신감인지, 중국은 휴일 정책에 있어서 매우 독창적이고 정말 통이 크다. 주말을 대체 근무일로 이용해서 해마다 2~3번씩은 1주일의 장기 연휴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중국 연휴의 특색이다. 종교를 중시하는 나라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중국의 설날인 춘지에(春節)연휴, 그리고 국경절로 불리는 10월1일 건국기념일이 최소 1주일 이상의 연휴가 된다. 법정 공휴일은 3일이지만, 여기에 대체 근무로 만든 이틀과 주말을 연결시켜 1주일이다. 한술 더 떠 중추절이 이어지거나 연차를 사용하게 되면 열흘까지도 이어지는 연휴가 된다. 직장인들로서는 정말 넉넉하기 이를 데 없는 휴가가 되는 셈이다.

해외가 아니라 국내 어디를 가더라도 하루로는 어림도 없는 큰 나라이니 인구의 유동과 소비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면 1주일도 그리 길지는 않아 보인다. 중국의 연휴가 가지고 있는 힘, 그것은 여기 저기 다니다 쉬어만 가도 생긴다는 소위 내수의 연휴 경제효과다. 자가 발전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성장 동력을 얻을 수 있게 된 큰 땅에 사는 중국인들이 가진 그들만의 시장이 돋보이는 시간들이기도 하다.

중국은 연휴가 끝나고 나면 늘 관련 산업의 통계를 친절하게 발표 한다. 기간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이동이 있었고, 어느 문화유산의 입장객이 몇 명에 입장료 수입은 얼마며 등등 관련된 경제 효과를 늘 강조하는 것을 보면 중국 정부의 내수 시장 성장에 대한 의지가 읽혀진다.

그런 연휴가 원래는 연중 3번이나 있었다. 5월1일 노동절도 3일 연휴라 1주일짜리 황금휴가였는데 몇 년 전 연휴를 하루 휴일로 줄이고 중추절과 단오절, 청명절을 새로운 휴일로 지정했다. 여기에 새해 첫 날의 휴일(元旦)을 더하면 중국의 법정공휴일은 모두 11일이다.

중추절과 단오절, 청명절이 휴일로 지정된 2007년도는 한국의 강릉단오제가 유네스코에 무형재산으로 등록이 되고 2년이 지나서다. 우연일 수 있지만 중국 내에서는 강릉단오제가 중국 문화 찬탈이라는 논란이 매우 많았는지라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새로운 휴일 지정이 강릉과 관계도 없지 않아 보인다.

최근엔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중국 휴일 제도에 관한 불만의 목소리도 들린다. 11일의 법정공휴일이 여타 국가와 비교해서 절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2015년에는 법정공휴일이 하루 더 생겨났다. 항일과 반파시즘 전쟁 승리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임시 휴일이 9월에 지정된 것이다. 기념일의 의미가 일본과의 민감함도 담고 있어 편치 않을 일본과의 관계 등을 고려, 고정적인 법정공휴일로는 정하지 않은 듯하다.

연휴의 모순 의견도 있다. 긴 연휴 시간은 어디를 가도 붐비는 인파와 차량으로 피곤하기만 하니 이것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전국을 3분할하여 각기 시차를 두고 시작하는 날과 끝나는 날을 서로 달리하는 방식의 연휴를 실시하자는 의견도 있다. 정말 큰 나라가 갖는 색다른 휴일의 고민이다.

사실 중국의 연휴 관광지로 가는 길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는지를 쉽게 느낄 수 있다. 어느 연휴 어느 명소나 예외 없이 입구부터 시작해서 땅 바닥 한 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사람이며 차로 가득 차는 것은 기본이다. 고속도로 정체에다 주차난을 시작으로 숙박과 식당 이용도 만만치 않다.

끝없이 이어진 줄 기다려 혼절하기 직전이 돼서야 간신히 입장권을 구하면 구경을 위해 또 다시 긴 줄을 서야 하는 고난이 연속이다. 병마용과 같이 실내에 위치한 문물 관람은 최악이 된다. 연휴 때 사람에 밀려 제대로 구경하지 못하고 평범한 주말에 다시 가서야 제대로 구경을 한 기억도 있다.

그러다 보니 연휴에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는 연휴의 모순이 생겨난 것이다. 중국인들이 해외로 향하는 또 하나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의 휴일은 주로 절기에 집중, 동남아 국가를 제외하고는 별로 겹칠 일도 없다. 다행한 일인지 불행인지 가장 가까운 한국하고는 겹치는 날이 많다. 장사하기는 좋지만 소란스럽기도 하다.

중국인들의 연휴가 두루두루 복잡하긴 하지만, 그 만큼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만들어 내며 중국 내수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들에게도 영향을 주는 ‘대목 문화’를 만들어냈다. 여우커(遊客)가 한 번 휩쓸고 가면 그들이 싹쓸이해 간 제품의 기업들 주가가 들썩거릴 만큼 영향이 거세다. 중국의 독창적 휴일은 세계 각국의 장사꾼들이 기다리는 연휴도 돼 버린 것이다.

중국인들의 연휴는 여행 자체보다도 해외여행을 통해 무엇인가를 창출해 내느라 바쁘다. 이 나라 저 나라를 다니며 1년간 사용할 선물 리스트를 집대성하기도 하고 부동산 구입이나 자녀 해외 유학을 위해 시간을 쓰기도 한다. 연휴만 되면 뉴스의 긴 시간을 차지하는 여우커의 갖가지 모습들이다. 중국인들의 연휴는 앞으로도 제주도민들이 염려도 기대도 함께 가질 수밖에 없는 연간 행사가 됐다.

 

 

옛날 한·수나라 시절엔 열흘에 1일 ‘순가(旬暇)’

명·청시대엔 춘지에 휴가가 무려 한 달

휴가 청하거나 허하는 사람 모두 관대

옛날 중국인들은 어떻게 쉬었을까. 한나라와 수나라 때는 관리들이 5일에 하루를 쉬었고 당송 때에는 ‘순가(旬暇)’라고 하여 열흘에 1번씩 쉬는 외에 명절이나 공자 생일에도 쉬었다고 문언은 전한다.

명청(明淸) 시대에 들어서면서 순가는 없어지고 춘지에나 동짓날 그리고 황제 생일이 휴일이었는데 춘지에 휴가는 무려 한 달에 달했다고 한다. 중화민국 시절에 들어서며 비로소 서양식 일요일이 생긴다. 물론 중국인 대부분이 농민이었으니 출퇴근이 필요했던 극히 일부에만 해당하는 휴일이었을 것이다.

청나라 시절 대보름 후까지 죽 이어졌던 춘지에 한 달 휴가 문화의 분위기는 지금도 좀 남아 있긴 하지만 모든 것들이 제도화되고 산업화 되면서 실제로는 거의 없어져 가는 풍경이기도 하다. 일부 농한기의 농민들을 제외하고 보름씩 쉬면서도 편안하게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가 이미 아니다.

중국의 직장인들은 휴가를 청(請)하는 사람이나 허(許)하는 사람 모두 관대한 나라다. 법에서 규정한 휴가에 관한 권리 내에서만큼은 한국의 직장인들처럼 상사 눈치를 보는 경우가 드물다. 휴가에 대해서는 대부분 영혼이 자유롭고 권리 의식이 강한 것이 중국 직장인들이다.

그 여유가 부러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개인 소유 없이 집단식 노동을 하던 시절 조직원들에 대한 관대한 문화가 아직도 남아 있는 듯하다. 이런 여유로움도 치열한 경쟁이 지속되는 사회 분위기와 함께 휴가라는 말을 꺼내는 중국인들의 조심스러움도 점점 한국의 경우를 닮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