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관련 한진중공업의 ‘甲질 행각’
제주시 노형동의 국민연립주택 재건축 사업과 관련 한진중공업의 행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스스로 대기업을 자처하는 한진이 공정한 경쟁에 나서기는커녕 상대방 폄하(貶下)에 몰두하는 등 이른바 ‘갑질 행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재건축 사업엔 제주의 토종(土種)기업인 미듬종합건설을 비롯 SK건설과 한진중공업이 참여해 3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대기업 브랜드’나 ‘거품을 뺀 실비(實費)공사’ 등 자신들의 장점을 내세우며 사업권 획득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그러나 유독 한진중공업만이 ‘한진중공업! 사업조건 압승!’이란 홍보물을 통해 상대 기업 깎아내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는 것. 한진은 이 홍보물에서 SK건설과의 단순 비교치 만을 놓고 ‘한진 월등’이라는 문구를 집어넣었다.
또 향토기업인 미듬종합건설에 대해선 비교항목에도 없는 시공능력 평가순위 및 연매출을 표시하며 ‘비교 불가’라 매도하고 있다. 이번 재건축 사업 규모는 170여 세대에 불과하다. 이를 놓고 시공능력과 연매출 운운하며 ‘상대방 흠집내기’에 혈안(血眼)이 된 모습은 대기업의 품격마저 내팽개친 아주 옹졸한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
한진중공업은 타사에 비해 자신들이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과연 그럴까. 현재 3개 회사가 내건 사업조건을 보면 우선 도급공사비인 경우 한진중공업은 3.3㎡당 476만원을, SK건설은 503만원, 미듬종합건설은 373만원을 제시했다. 이주비용 역시 한진 7000만원, SK 6000만원, 미듬종합건설은 8000만원이다.
이사비용인 경우도 3개 기업이 홍보동영상과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세대당 200~300만원을 무상 지급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한진중공업은 이사비용 300만원을 도급공사비에 포함시켜 놓은 상태다.
이에 따른 전체 공사비 차액은 최대 9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조합원들의 이익과 직결(直結)된다는 점에서 향후 사업자 선정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토종기업인 미듬종합건설 관계자는 “제주지역 인력 사용과 경비 및 공사비 절감 등 모든 거품을 뺀 실비 기준을 적용해 자사의 이익을 최소화하고 개발이익이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브랜드 가치’에서만 다소 밀릴 뿐 모든 면에서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한진중공업의 ‘갑(甲)질 행태’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조합원들이 대기업의 브랜드를 택할지, 아니면 거품을 빼고 실비를 제시한 향토기업의 손을 들어줄지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