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지질공원 ‘수월봉’
‘화산학 교과서’ 작년 방문객 30만
지역주민 함께 하는 모범적 모델
세계지질공원이 지금까지 유네스코 후원프로그램 이라는 딱지를 떼고 세계유산과 같은 정규 프로그램의 반열에 오르게 될 전망이다. 올해 4월 유네스코 집행이사회는 유네스코 총회에 세계지질공원 프로그램 승인을 안건으로 제안했고, 11월 총회에서 유네스코 정규프로그램으로 최종 인정할 예정이다.
제주도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세계지질공원임을 고려할 때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원인은 많은 국가들이 유네스코의 브랜드 가치와 지질공원이 무한한 활용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계유산은 브랜드로서 세계 최고의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다음세대를 위한 보존에 큰 무게를 두고 있어 지역 발전이나 지역주민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그러나 지질공원은 별도의 행위제한에 대한 규제가 없고 마을의 자연자원을 활용, 지역의 경제발전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활용이 가능하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제주도는 2010년 국내 최초로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을 받았다. 제주도 인증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지질공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 결과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 주도로 자연공원법이 개정돼 지질공원이 항목이 추가됐고, 국가지질공원 사무국이 설치되기에 이르렀다. 최근 국내에서도 지질공원에 대한 붐이 일어 올해까지 6개의 국가지질공원이 탄생했고, 많은 지자체들이 국가지질공원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지질공원이 어떤 프로그램인지 알기위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바로 수월봉이다. 수월봉은 제주도가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된 이후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수월봉에서는 매년 지질공원 트레일 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한 이 행사는 단순한 걷기행사가 아니라 지질공원을 활용한 새로운 탐방프로그램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수월봉 트레일 코스는 화산학의 교과서라 불리는 해안 절벽에 층층이 쌓인 지층과 바다를 배경으로 걷는 엉알길 코스와 제주에서 가장 큰 무인도 차귀도 코스, 뱀을 제사지내는 당이 있다 해서 이름 붙여진 당산봉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코스들을 걸어본 사람들은 압도적인 경관과 지역주민 해설사의 설명에 큰 감동을 받는다.
이런 탐방후기들이 인터넷과 SNS를 통해 점차 알려지면서 작년 한해만 30만명이 수월봉을 다녀갔다. 불과 5년전만 해도 관광객 집계가 필요 없을 정도의 작은 어촌 마을이 이제는 제주도 서쪽의 주요 방문지로 바뀌게 됐다.
2014년 제주도를 방문한 세계지질공원 운영위원 기 마티니 박사는 수월봉은 지질공원이 추구하는 지질과 경관, 역사, 문화를 모두 갖춘 최고의 장소라고 극찬했다. 그리고 올해 5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운영위원장 패트릭 멕키버는 과거 제주도는 인솔자도 없이 단체 위주의 탐방방식이 해설 및 체험 탐방으로 변해가고 있으며, 그 중심에 수월봉이 있다고 하면서 수월봉 해설사들의 활동사례를 국제회의에서 모범사례로 소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수월봉은 단순히 탐방객이 증가한 하나의 사례가 아니라 지질공원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관광객이 증가하고 지역주민의 인식이 변해갈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 것이다. 이번 트레일 행사에는 국내외 전문가를 비롯, 여러 지자체 공무원과 해설사들이 방문한다. 이들은 수월봉 사례를 보면서 자신들의 마을을 수월봉처럼 만들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찾아오고 있다.
제주도는 관광의 섬이다. 지금까지 제주도를 단지 경관만 보고 갔다면 이제는 지역주민의 입을 빌어 마을의 자연과 역사, 전설을 이야기 듣는 새로운 관광의 방식으로 변해야 한다. 그 중심에 수월봉 지질공원이 있다. 수월봉은 세계지질공원의 가장 모범적인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이번 행사 기간 수월봉에서 그 진수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