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일주일 뒤 싸늘한 주검으로
‘태완이법’ 시행···제주 미제사건 프로파일
<5>2009년 어린이집 보육교사 피살사건
제15호 태풍 ‘고니’의 간접 영향을 받아 비가 추적추적 내린 25일 오전 제주시 애월읍 고내봉 인근 도로.
오가는 차량만이 띄엄띄엄 보일 뿐 한적하기만 해 제주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 현장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만들었다.
지금으로부터 6년 반 전인 2009년 2월 8일 이곳에서 어린이집 보육교사 이모(당시 27세·여)씨가 목 졸려 숨진 채 발견됐다.
2월 1일 오전 3시 제주시 용담동 남자친구의 집에서 나간 뒤 실종돼 일주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것이다.
당시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씨가 실종된 지 닷새째인 6일 아라동 인근 밭에서 이씨의 가방이 발견된 데 이어 8일 고내봉 동쪽 농업용 배수로에서 사체가 발견됐다.
시신 발견 장소는 이씨의 휴대전화 전원이 꺼진 것으로 확인된 광령교 인근에서 직선 거리로 12km, 이씨의 집이 있는 애월읍 구엄리와는 4km, 가방이 발견된 아라동에서는 20km 가량 떨어진 지점이다.
제주서부경찰서는 제주지방경찰청 수사과 4명·제주동부경찰서 형사과 4명·서귀포경찰서 수사과 1명 등 총 9명의 인력을 지원받아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목이 졸려 있었고, 상의는 입고 있었으나 하의가 벗겨져 있는 점 등으로 미뤄 범인이 성폭행 하려다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였다.
특히 이씨의 승용차가 연삼로 8호광장(옛 제주세무서 사거리) 부근에 주차돼 있었던 점으로 볼 때 용담동에 있는 남자친구의 집에서 나온 뒤 택시나 주변을 지나던 승용차를 탔을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제주시청 인근에서 친구들과 모임을 가진 뒤 자신의 승용차가 아닌 택시를 타고 남자친구의 집으로 간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씨의 주변 인물은 물론 당일 운행했던 택시기사 등 3200여 명을 상대로 광범위한 탐문 수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40대 택시기사 A씨의 차량이 이씨 실종 당일인 1일 용담동에서 시신이 발견된 고내봉까지의 가장 유력한 이동 경로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찍힌 데다 A씨가 용담동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했던 것으로 나타나자 집중적으로 수사했다.
그러나 경찰이 시신 발견 현장에서 확보한 제3자의 DNA가 A씨의 유전자와 일치하지 않아 용의 선상에서 제외되면서 수사는 답보 상태에 접어들었다.
더욱이 사건 발생 3년 4개월 만인 2012년 6월 15일자로 어린이집 보육교사 피살사건에 대한 수사본부마저 해체되면서 지금까지 이 사건은 실타래를 전혀 풀지 못한 채 미제로 남아 있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은 “시신이 발견된 현장에서 증거가 될 만한 유류품이 발견되지 않은 데다 새벽 시간대에 범행이 발생해 뚜렷한 목격자도 없었다”며 “다방면에 걸쳐 수사를 진행했지만 사건 해결을 위한 결정적인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