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농업기술원의 ‘제멋대로 農政’
제주도농업기술원(원장 강성근)은 최근 ‘농기계 대여은행 설치 및 운영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그동안 전액 감면해주던 기초생활수급자와 보훈대상자의 혜택을 절반으로 줄인 것. 특히 장애인은 아예 감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를 두고 농기원은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勸告)에 따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용료 면제대상 범위가 너무 넓어 부적절한 이용 증가로 정작 필요한 농업인들의 농기계 사용이 어렵다”는 민원 제기가 있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거짓’이란 것이 백일하(白日下)에 드러났다. 실제로 국민권익위의 권고는 “일부 지자체가 무분별하게 임대료를 감면해주는 사례가 있기 때문에 조례에 감면 대상을 명확히 규정하라”는 데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감면 대상 축소나 제외 등의 권고를 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런데도 농기원은 이를 자의적(恣意的)으로 해석, 장애인은 전면 배제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사회적 약자(弱者)’에 대한 복지정책이 후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그래서 나온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도감사위원회의 농기원 감사(監査)에서 드러났다. 감사 결과 구입 이후 단 한 번의 임대 실적도 없는 농기계 수십억원 어치가 창고에 방치돼 있었다. “부적절한 이용 증가로 농업인들의 농기계 임대가 어렵다”는 그동안의 주장과는 아주 다른 대목이다.
농기원의 ‘제멋대로 행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사회적 약자들을 외면하는 것과는 달리 특정 영농조합법인과 임대차 계약을 맺고 불법으로 장기간 농기계를 대여한 사실이 적발됐다. 또 농어업인회관에 입주한 단체들에게 10년간 운영비를 받지 않았음은 물론 전기료를 포함한 관리비까지 농기원이 대납(代納)해왔던 것으로 감사 결과 밝혀졌다.
이 같은 현실은 힘 있는 단체에게는 한없이 약하고, 사회적 약자나 일반 농업인들에겐 군림(君臨)하려는 농기원의 ‘이중 행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다.
제주도감사위는 이번 감사와 관련 공유재산 관리 및 농기계 임대사업 등 6개 분야 총 28건의 잘못을 적발하고 이에 상응한 처분을, 또 업무를 소홀히 처리한 29명에 대해선 신분상의 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도무지 그 결과가 미덥지 않다. 그것은 그간의 경험상 제식구 감싸기식 ‘솜방망이 처벌’로 끝날 것이 뻔히 예상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