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여움 푸시고 영면하소서”
섯알오름 학살터서 희생자 진혼제 거행…유가족 등 참석
“억울하게 희생된 252명의 영혼이시여! 자손들의 정성을 헤아려 한 맺힌 노여움을 푸시고 다시 한 번 강림하시기를 두 손 모아 삼가 비옵니다.”
예비검속 섯알오름 희생자 영령 명예회복 진혼비 제막과 제65주기 합동 위령제가 20일 오전 10시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섯알오름 학살터에서 개최됐다.
백조일손유족회와 만벵디유족회, 섯알오름사건행불유족회가 주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이 후원한 이번 진혼비 제막식과 합동위령제에는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과 현을생 서귀포시장, 이문교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희생자 유족 등이 참석했다.
명예회복 진혼비 제막식에 이어 합동위령제가 진행돼 참석한 이들은 헌화와 분향에 나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이날 이도식 백조일손유족회장 및 봉행위원장은 주제사에서 “얼떨결에 영문도 모른 채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줘야 할 국군에 의해 처참히도 총살 암매장 당하고 구천을 헤매어 돈 지도 어언 65년”이라며 “이제는 발 닿는 곳이 아닌 4·3평화공원이나 만벵디묘역, 백조일손묘역에서 편안히 쉬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싸워 지난 6월 24일 님들의 죽음이 국가 공권력에 의한 억울한 죽음이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냈다”며 “이제는 님들의 억울한 죽음이 역사의 기록으로 영원히 남겨져서 후손들에게 전해질 것이므로 마음 한가운데 응어리진 그 큰 원한 덩어리를 모드 털어내 날려 보내 버리자”고 강조했다.
구성지 의장은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예비검속 사건을 국가에 의한 불법 집단 학살로 규정하면서 명예만 회복, 최근 배상 판결이 나며 비로소 완전한 문제 해결의 기틀이 마련됐다”고 전했다.
한편, 섯알오름 집단학살 사건은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내무부 치안국의 지시에 따라 모슬포경찰서 관내에서 예비검속한 344명 중 계엄사령부에 송치된 252명을 같은 해 7월 16일과 8월 20일 법적 절차 없이 모슬포 주둔군에 의해 집단학살, 암매장한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