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마(濟州馬) 모방성이 강하고 기억력 좋아
동료들부터 나쁜 버릇(악벽) 쉽게 배워 행동에 옮겨
인간이 말을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은 말의 심리, 특성, 습성을 파악한 후 학습에 의하여 습관형성을 일반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말의 마음과 행동을 교묘하게 활용하려면 말의 습성을 분석하여 적당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잘못되면 습성은 나쁜 버릇(악벽)으로 변하여 일생동안 교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말의 대표적인 습성에는 공포심, 군거성, 귀가성, 사회성, 정조성 등이 있다.
잘 놀라는 겁쟁이 동물이다
예민한 감각과 스피드가 발달한 동물로서 투쟁이나 공격보다 도피가 자기 방어수단으로 상황 변화 시 다른 말은 물고, 차고 도주하는 것이다.
말은 사람이 듣지 못하는 사소한 소리, 평소에 듣지 못하는 소리(자동차의 경적음), 처음 보는 물건, 움직이는 물체(자동차, 오토바이 등), 강한 냄새, 갑자기 뛰어나오는 개나 노루, 바람에 너풀거리는 종이 및 비닐봉지, 꿩이 푸드득 날아오르는 소리 등을 들으면 말은 판단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스스로 공포심을 느껴하여 더욱더 심하게 뒷발질을 하거나 날뛰다가 큰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므로 이러한 것들이 말에게 위험을 주지 않고 안전하다는 것을 기억하도록 반복적으로 경험이 되도록 순화시킬 필요가 있다.
외로움을 싫어하는 군거성의 초식동물이다
넓은 방목장에서 말과 망아지들이 떼를 지어 풀을 뜯어먹거나 무리를 지어 몰려다니는 광경을 자주 볼 수 있다.
망아지를 고삐로 끌거나, 몰거나, 타고 운동을 시킬 때도 단독으로 하는 것보다 몇 마리씩 집단으로 하는 것이 조교의 효과가 있다. 마사에 한 마리만 두게 되면 친구가 없어진 외로움 때문에 마방을 빙글빙글 돌거나 마구들을 차거나 하면서 허둥대는 말이 있다.
이럴때 옆 마방에 말을 넣어주면 조용해저서 물과 사료를 먹는 것을 볼 수 있다. 경주중에 기수가 낙마하여도 다른 말과 함께 계속 달려서 결승선에 도착하여 관중들로부터 갈채를 받는 일이 있다.
이것 역시 말떼에서 떨어지기를 싫어하는 습성에서 나타나는 행동이다.
먼 곳에서도 마사 등을 찾아가는 귀가성이 강한 동물이다
말에는 비둘기처럼 귀소성이 강하고 시·청·후·미·촉각의 5감각을 초월한 제 6감각(예감)이 있는 것 같다. 제주마는 방목장에서 분만하고 육성기를 보낸 후 활용도에 따라 매매(賣買)되어 다른 방목장으로 가게 되는데 이때 잃어버리면 육성기때의 방목장에서 찾는 수가 있으며, 한라산 산림지대로 나간 말도 겨울철에 눈이 오면 집으로 내려오는 말도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철조망과 목책으로 단단히 되어 있어 돌아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교래리에서 제주산마를 잃어 버린지 3년이 지난 2005년 4월에 망아지 3마리를 데리고 방목장에 돌아왔다고 한다.
서열과 책임감이 강한 사회성이 있는 동물이다
말은 언어는 없지만 말들끼리는 의사 전달에 초감각적인 무엇인가가 있다고 한다.
방목장에서 풀을 뜯어먹고 있을 때라도 반드시 한 마리는 마치 보초처럼 근처를 경계하면서 가냘픈 소리나 사소한 움직임에도 콧소리를 요란하게 내든가 땅바닥을 발로 두들기면서 말 때(무리)들에게 신호를 한다.
몰통절림과 몰폐사
한라산 산림지대나 중산간 방목지에 밤새(밤새낭) 눈이 내리면 말들은 겁쟁이이므로 말테를 이루어 밤새도록 발을 구르면서 서로 의지하여 빙빙 돌아다녔던 곳만 흙바닥이 보이고 가장자리는 기둥이 되고 밖으로도 눈이 1m이상 쌓여 그 곳을 넘을 수가 없어 갇혀있는 경우가 겨울철 눈이 오래 동안 내리면 며칠째 말들은 먹을 수가 없어 거기에 갇혀있게 된다.
이런 곳을 통절림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테우리들은 이런 습성을 잘 알고 있어 겨울철 눈이 온 후 방목장에 갈 때는 멍석과 건초를 짊어지고 가서 통절림곳에 멍석을 깔아주면 밖으로 나오고 이때 건초를 주어 들을 무사히 살렸다고 한다. 그러나 이때 밧줄로 말들을 목에 걸어 당기면 절대로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통절림곳에 오래 갇히게 되면 들끼리 꼬리털과 갈기털도 먹어버린다. 그 후 여러 날 보내면 들이 굶주려 죽는데, 이것을 ‘ 몰통절안 죽었져’라고 표현한다.
제주도에서 겨울철에 말이 폐사되는 것을 통절림과 굶주림(영양실조)에 의하거나 잣성에 갇혀 있는 경우가 있으므로 조선실록에 잣성을 겨울철에 허물도록 하는 것으로 보아 알 수 있다.
말은 겁쟁이므로 함박눈이 내리면 무서워서인지 있던 곳에서 테를 이루어 지내나 소들은 미리 눈이 쌓이는 것을 알아 해변 쪽으로 내려오는데 말은 그대로 있는 곳에서 마른 풀과 나무껍질, 조릿대 등을 먹을 수 있는 치아와 소화기구조가 牛와 다르기 때문에 제주마는 겨울철에 한라산이나 산림지대에서 지낼 수 있어서 종년 방목이 가능하였다.
암말이 수말을 선택하며 정조성이 있는 말도 있다
자연 방목하는 암말 떼(약 15두)에는 1두의 수말이 장악하고 있으나 새로 수말이 들어오면 격심한 투쟁이 일어나고 그 결과 성적권력(性的權力)이 결정된다.
암말과 수말 사이에 어느 정도 호악감, 질투, 애정이 있어 봄철 번식기에는 방목하고 있는 제주 암말이 수말을 선택하는 정조성을 가지고 있는 말도 있다.
모방성이 강한 동물이다
군거성과 사회성이 있기 때문에 동료말로부터 나쁜 버릇(악벽)을 쉽게 배워 실행에 옮기는 동물이므로 빨리 격리하여 나쁜 버릇을 교정하여야 한다.
수말 배설행동은 마분주를 만든다
방목수말은 다른 말의 배분한 흔적을 보면 냄새를 맡으면서 돌아서서 자신도 그 위에 배분하고 다시 냄새를 맡아본 후 가버리는 행동이 있다. 자신이 직접 배분했던 배분적에 대해서도 같은 행동이 이루어진다.
이와 같이 방목장내에 많은 마분주(馬糞株)가 생기게 된다. 이러한 행동은 자기 영역표시이며, 또한 수말은 암말의 배뇨한 자리에도 배뇨하는 버릇이 있다.
제주마에 있어서 서열이 높은 암말은 암망아지, 낮은 것은 수망아지를 낳는 비율이 높다
망아지의 性(Sex)은 어미의 서열에 따라 결정되는 확률이 높으며 서열이 높은 어미는 암망아지에게 더 많은 양의 젖을 먹이고 낮은 서열의 어미는 수망아지에게 더 많은 양의 젖을 먹인다.
망아지는 태어난 후 독립할 시기까지 어미의 떼에 속해 살아가다 번식기가 되면 다른 떼로 이주해 간다.
기타
최근의 기억력은 좋으나 이해력이 낮으며 빨리 잊어버린다.
애정은 애비말과 망아지사이에는 없으나 어미말과 망아지사이는 깊으며 오랫동안 분리 사육하면 비교적 빨리 잊어진다.
속담에 몰도 칠 팔촌을 골 린다(말도 칠 팔촌을 가려 흘레 한다). 말은 방어수단으로 가끔 물거나 뒷발질을 한다.
장 덕 지 교수
제주산업정보대학 관광생명자원과
(제주마문화연구소장·제주도문화재위원·제주마주협회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