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한낮 문잠긴 소주방서 시신
‘태완이법’ 시행···제주 미제사건 프로파일
<3>2006년 소주방 여주인 피살사건
2006년 9월 3일 오후 2시 44분. 햇볕이 유난히 따사로운 날이었다. 휴일을 맞아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그때 제주시 건입동 모 소주방에서 주인 한모(당시 52세·여)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 한씨는 주방에 엎드린 자세로 숨져 있었고, 하의는 벗겨져 있었다. 식탁에는 술상이 차려져 있었으며, 밖으로 통하는 출입문은 잠기고, 전기 차단기는 내려가 있었다.
당시 경찰은 현장에서 특별한 금품 피해는 확인하지 못했다. 부검에서는 한씨가 목 졸려 살해된 것으로 드러났다.
초기에는 수사가 활기를 띄는 듯 했다. 한씨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토대로 단골 리스트를 확보한 데다 식탁에서 지문도 검출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거짓말 탐지기를 동원하는 등 다각도로 수사를 펼쳤지만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받은 지문 감정 결과도 다수의 사람이 오가는 장소인 만큼 용의자의 것이라고 단정 짓기 어려웠다.
금품을 노린 범행이 아닌 소주방 사정을 잘 아는 면식범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소주방을 찾은 손님이 술을 마시던 중 한씨를 상대로 성폭행을 시도하다 발생한 우발적 범행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던 중 그로부터 3주쯤 뒤인 같은 달 25일 오후 8시께 제주시 삼도동 모 카페에서 여주인 정모(당시 48세·여)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평소 여성 혼자 운영하고, 출입문이 잠겨 있었던 점, 전기 차단기가 내려가 있었던 점 등으로 미뤄 이 사건이 소주방 여주인 피살사건과 동일범의 소행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카페 여주인 피살사건이 발생하고 그 다음 달인 10월 12일 정씨를 살해한 혐의로 고모(당시 42세)씨를 입건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 결과 정씨의 손톱에서 발견된 DNA가 고씨의 유전자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주방 여주인 피살사건과의 연관성은 찾지 못하면서 이 사건은 도내 대표적인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다. 정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씨는 현재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미제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제주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고씨를 상대로 소주방 여주인 피살사건과의 연관성 여부에 대한 수사를 벌였지만 뚜렷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며 “앞으로 도내 미제사건 해결을 위해 심층 재분석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