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의 시대
지금 우리는 불신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인륜파괴의 범죄가 연일 발생하고, 사회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비리와 위선행각들이 그칠 줄 모른다.
여권내부의 불협화음이 불거지면서 정권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국민의 불안감은 더욱 깊어만 간다.
정책의 수립과 집행 시스템에도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서 정책의 실효성과 지속성을 의심받고 있다.
이렇다보니 세상이 두렵다거나 세상에 믿을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오게도 생겼다.
이처럼 지금 우리 주변에는 온통 의심과 불신으로 가득 차,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는 불신풍조가 사회전체를 뒤덮으면 결국 공동체의 울타리가 무너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세익스피어의 작품 ‘오셀로’에서는 불신의 파괴력을 잘 나타내고 있다.
오셀로는 덕(德)과 용기를 갖춘 훌륭한 장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부하 이야고의 농간에 말려들어 아내 데스데모나를 의심한 끝에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자신도 죽는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 불신이란 이처럼 사람의 판단력을 흐리고 하여 파멸에 이르게 한다.
그러면 지금 이 사회를 감싸는 위기감 불안심리 불신풍조는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그것은 사회를 이끄는 지도층이 변화의 풍향(風向)을 읽지 못한 채 바로 보지 않고, 바로 말하지 않고, 바로 듣지 못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위기현상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정치지도자들이 현실을 바로 보려하지 않는다. 그리고 바로 본다 해도 바로 말하지 않기에 바로 듣지 못하고 바로 실천하지 못한다.
그렇다보니 국민과 기업들은 정치지도자를 믿지 못하고 정부를 믿지 못하고 정책을 믿지 못한다. 이렇게 서로 불신하다 보니 두려움을 낳고 두려움은 개인과 기업 모두 소극적인 경제활동으로 이어져 국가경제도 침체되고 있다.
지금 우리사회의 절체절명의 지상과제는 바로 사회전반에 만연해있는 불신의 벽을 헐고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불신풍조를 없애려면 먼저 법과 제도, 규칙에 대한 존중이 신뢰형성의 기본이며, 그렇게 쌓인 신뢰를 통해 사회구성원들은 안정되고 예측 가능한 상호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또한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데 있어서 상호간의 신뢰야 말로 서로의 절차와 거래비용을 최소화 시켜줄 뿐만 아니라 의심 없는 믿음은 자신감을 안겨주어 과감한 실천력을 가져다준다.
이처럼 신뢰야말로 최고의 효율이고 우리의 생활뿐 만아니라 국가경제에도 가장 크게 작용하는 문화적 덕목이라 할 수 있다.
정치지도자들도 최근의 갈등과 불신을 염두에 두고 타협과 양보를 이끌어 내기 위해 장밋빛 공동체의식이라는 수사(修辭)에 의존하지 말고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신뢰를 보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신뢰는 신뢰받을만한 행동이나 태도의 결과로서 나타나는 것이지 강조하고 떠든다고 생기는 것은 아니다.
평범하지만 정직하고, 격이 있는 진실된 사람을 북돋아주고, 그러한 리더쉽을 새로 만드는 일이 지독한 불신으로 난무한 사회해체를 막는 길이다.
이 광 래<제주관광대 사회복지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