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야 곰바리 잡으려는’ 관광행정

2015-08-09     제주매일

제주 속담에 “물 들어야 곰바리(고둥) 잡는다”는 말이 있다. 지금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다가 실기(失期)하게 된다는 뜻일 터다. 서귀포시의 행태가 바로 이렇다.

 중문색달해변 입구 사면(절개지)에 대한 정밀안전진단 결과 E등급을 받은 것은 올해 1월이었다. 최하위등급인 E등급은 ‘붕괴 위험이 매우 큰 상태’를 말한다. 그만큼 보수·보강 공사가 시급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색달해변 입구에선 절개지 파괴 흔적이 발견되고 일부 구간의 경우 낙석(落石)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입구에 자리한 종합상황실 인근 암반 또한 매우 불안정한 상태로 균열 현상을 보이고 있는 곳을 시멘트 풀로 임시 보강한 흔적까지 남아 있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서귀포시는 6개월 넘게 이를 방치했다. 그리고 피서철이 거의 끝나가는 최근에 들어서야 오는 11월까지를 기한으로 색달해변 절개지 보수·보강을 위한 실시설계 용역에 나섰다. ‘늑장 대응의 완결판’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비록 관련 예산이 없어서인지 모르지만 이곳이 국내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주요 관광지임을 감안하면 미리 비상조치라도 취해야 했다. 이를 예산 탓으로 돌리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위험을 감지(感知) 하고서도 예산 배정만을 기다렸다면 그것은 행정이 기본적으로 할 일을 망각한 처사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낙석 등으로 인한 별다른 큰 사고는 없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인명 피해라도 발생했다면 과연 무엇이라 변명했을 것인가. 그동안의 숱한 교훈에도 불구하고 ‘안전 불감증(不感症)’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국민권익위원회의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관광지 발생 민원을 분석한 결과, 경주(73건)에 이어 제주가 61건으로 ‘전국 2위’에 올랐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관광지인 제주가 왜 이런 불명예(不名譽)를 안았는지 이제야 비로소 알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