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요양원 태생에 문제
봉사 아닌 사업화가 원인
도내요양원 운영 실태점검(4)
개인 건축비 80%까지도 대출…금융 비용 안고 출발
손실 메우기 위해 저렴한 ‘프로그램·부식’ 편법 의혹
최근 일부 개인요양원에서 제기된 부실 식단 문제는 개인요양원의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여기에 일부 요양원 대표들의 제도적 허점을 이용한 비양심적인 행위가 더해지면서 노인복지 서비스 질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요양원에 입소할 경우 해당 노인 1명당 등급에 따라 최대 168만2400원(1등급)의 입소비를 납부해야 한다. 이중 노인장기요양보험(80%)을 제외한 33만6480원(20%)은 본인 부담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이와 함께 20만원 내외의 식재료비를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데 이는 다른 용도로 전용할 수 없다.
문제는 일부 개인요양원에 식재료비를 아끼기 위해 정식 납품업체가 아닌 곳에서 재료를 구입하는 행위가 공공연하게 발생하고 있다는데 있다. 현행법상 노인장기요양원의 경우 식자재 납품업체 기준도 마련되지 않아 이 같은 행위를 제재할 수단도 없는 실정이다.
최근 친환경 급식으로 전환한 제주시내 A 요양원(법인)의 경우 식재료비는 월 19만8000원(일 6600원·간식비포함)을 받고 있다. 해당 요양원에선 검증된 식자재 납품업체를 선정, 질 높은 식단을 노인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반면, 월 26만9700원(일 8700원·간식비포함)을 받고 있는 B 요양원의 경우, A요양원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식재료비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 같은 문제는 요양원간 태생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법인의 경우 요양원 부지와 건물, 2년간의 운영비를 확보한 후에야 설립이 가능한 반면, 개인은 비교적 적은 자기자본(대출 80% 가능)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여기에 사회복지에 대한 기본지식이 부족한 일부 사업자들도 제도적 허점을 이용, 요양사업에 뛰어들면서 대출금 상환 등의 손실을 매우기 위한 편법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A 요양원 관계자는 “식재료비는 오직 식사 준비를 위해서만 사용해야 하는 것”이라며 “우리도 입소비만으로 요양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개인 요양원의 경우 입소비로만 수익을 내는 건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행정에서 ‘재래시장 활성화’라는 미명아래 생계비 유용을 조장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업계관계자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행정에서 기초생활수급자에 지원되는 생계비의 10%를 ‘제주사랑상품권’으로 사용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이후 담당자가 바뀌면서 지금은 직불카드로 사용하고 있지만, 악의적인 마음만 있다면 충분히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생계비는 시설 생활에 필요한 주식 및 부식비, 취사용 연료비, 의류·신발비 등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하며, 이외 다른 용도로는 전용할 수 없도록 명시돼 있다. 때문에 행정의 자의적인 행정행위로 업계의 생계비 유용을 부추겼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