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죄 공소시효 폐지’ 소고(小考)

2015-08-05     임무현

 ‘태완이법’ 지난달 국회 통과
사형 해당 범죄 공소시효 폐지
개정 과정서 ‘신중론’ 등 진통도

공소시효 폐지 대상 ‘축소’
‘살인죄’만도 절반의 성공
‘언제든 수사 가능’ 의미와 가치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법률용어가 있다. 이른바 공소시효다. 이를 두고 ‘범인 필벌’이라는 정의와 ‘법적 안정성’이라는 조화의 산물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공소시효는 일정 기간 공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즉, 검사가 법원에 특정한 형사사건의 심판을 요구하지 않으면 공소권을 행사할 수 없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쉬운 말로 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처벌할 수 없다는 제도다.

지난 달 말 일명 ‘태완이법’이라고 불리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사람을 살해한 범죄로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 개정안은 십수년 전 당시 만 6세였던 대구시 한 어린이에게 가해진 황산테러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피해 어린이는 사건 발생 후 한 달 남짓 화상으로 고통을 겪다 유명을 달리했고, 사건은 미궁 속에 빠진 채 공소시효가 완성될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자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제도는 폐지돼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촉발됐다. 그래서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는, 이런 여론에 힘입어 지난 3월 서영교 의원 등에 의해 발의된 후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이날 의결된 개정안은 ‘장애인 등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보조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의 범위’와 ‘법원의 구속집행정지 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권 삭제 등’의 내용도 담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언론은 사회적 관심사인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에만 초점을 두고, 집중 보도했다.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법적 안정성 등의 이유로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는 등 한 때 진통을 겪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반인륜 범죄를 단죄하는 것은 동의하면서도 법적 안정성을 해할 수 있다는 의견이 개진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관 위원회도 비등한 국민 여론을 거스를 수 없었다. 법도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진화하고, 변천하는 것이기에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의 적용배제 즉, 공소시효 폐지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당초 발의된 개정안은, 형법 제250조 살인죄를 비롯해서 촉탁·승낙에 의한 살인죄, 상해치사 등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모든 죄에 대해서도 공소시효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을 포함했지만, 논의 과정에서 살인죄를 제외한 나머지 경우는 개별 법률에 따라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제외되었다 한다. 이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다.

그 결과 신설 조항은 형사소송법 제253조의 2(공소시효의 적용 배제)다. 내용은 “사람을 살해한 범죄(종범은 제외한다)로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 대하여는 제249조부터 제253조까지에 규정된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논란의 불씨는 있어 보인다. 왜냐하면 “사람을 살해한 범죄로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라는 문구가 그 단초가 되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즉, 형법상 내란 목적 살인죄·강도살인죄·해상강도 살인죄 등도 “사람을 살해한 자(또는 때에는)”라고 규정하고 있고, 그 형량도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법령정보센터 자료도, “사람을 살해한 범죄로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하여 공소시효를 폐지함으로써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중대 범죄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개정 이유를 밝히고 있으나, 살인죄에 한한다고 특정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안은 그 부칙에서, 공소시효 적용 배제에 관한 경과조치를 두어 이 법 시행 전에 행한 범죄로 아직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 범죄에 대하여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일명 ‘태완이법’으로 알려진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와 더불어 현재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살인 범죄의 경우 언제든지 수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