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앞바다 연산호 군락지 훼손 ‘심각’

강정마을회 등 조사 결과 발표

2015-08-05     김동은 기자

제주해군기지 공사로 인근 해역에 있는 천연기념물 연산호 군락지의 서식 환경이 크게 악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정마을회와 제주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는 5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해군기지 공사 현장 인근 해역에 서식하는 연산호 군락지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위해 제주해군기지 연산호 모니터링 TFT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제주해군기지 인근 강정등대와 서건도 해역에 서식하는 연산호 군락지를 수중 촬영한 뒤 2008년 같은 지점에서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비교 분석했다.

이날 공개한 사진·영상을 보면 2008년 수지맨드라미류, 긴가지해송, 큰수지맨드라미, 분홍바다맨드라미 등이 가득했던 강정등대 남쪽 100m, 수심 15m 지점에는 현재 연산호 대부분이 사라졌고, 일부 남은 개체는 수축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강정등대 남쪽 30m, 수심 15m 지점에 위치한 큰수지맨드라미와 감태 군락도 사라졌으며, 둔한진총산호도도 각종 퇴적물이 쌓여 앙상하게 골축만 남아 있었다. 남쪽 50m, 수심 12m 지점의 둔한진총산호는 색을 잃어 죽어가고 있었고, 자색수지맨드라미는 관찰되지 않았다.

제주해군기지 동방파제에서 동쪽으로 500m 떨어진 서건도 연산호 군락지의 모습도 유사했다. 수심 9m 횡단선은 분홍바다매드라미와 큰수지맨드라미가 넓게 분포하며, 향후 연산호 군락지가 형성될 잠정 서식지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건도 남쪽 100m, 수심 15m 지점의 수중 동굴 암반에서 분홍수지맨드라미 개체수가 상당 부분 줄어든 데다 크기도 매우 작았다. 함께 서식하던 감태는 보이지 않았다. 서건도 수중동굴로부터 남쪽으로 20m 떨어진 지점의 긴가지해송에는 공사 이후 부유 물질이 잔뜩 끼어 있었다.

이들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문화재청은 해군이 연산호 군락지 국가지정문화재 현상 변경의 허가 조건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즉각 조사에 나서야 한다”며 “제주도와 환경부도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을 위반한 해군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해군의 연산호 군락지 조사는 형식적이고 의례적”이라며 “해군의 불법 공사를 막는 것은 물론 강정마을 앞바다의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해 강정마을회와 환경단체 등이 참여하는 연산호 군락지 공동 모니터링단을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