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권’ 운운하며 갈등 더 키우는 정부

2015-08-04     제주매일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강정마을회와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이 지난 3일 ‘3000일’을 맞았다. 그러나 갈등이 해소되기는 커녕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해군이 공사 지연에 따른 업체 배상금 273억원에 대한 구상권(求償權)을 공사를 방해한 단체 및 개인에게 행사키로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강정마을회 등은 성명을 내고 “정부가 돈을 무기로 부당한 해군기지에 맞서 평화롭게 저항해 온 강정주민 등을 겁박(劫迫)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지난 3000일 동안 진정한 사과나 갈등 해결에 관심이 없던 정부가 공사 지연의 책임을 죄 없는 강정주민에게 덮어씌우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공사 지연의 책임을 주민이나 시민사회단체들에게만 전가(轉嫁)하는 것은 무리다. 그동안 해군과 공사업체들은 불법 공사로 제주도로부터 9차례나 공사 중지 통보를 받은 바 있다. 또 설계 오류로 인해 공사 중지 청문절차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를 외면하고 모든 책임을 주민 등 남 탓으로 돌리는 것은 그야말로 적반하장(賊反荷杖)격이다.

더욱이 그간 국책(國策)사업에 대한 반대시위가 숱하게 많았음에도 한 번도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았던 정부였다. 그런데도 유독 해군기지에 대해서만 청구키로 한 것은 제주도 및 제주도민들을 아주 업수이 여기고 얕잡아 본 행태라 아니할 수 없다.

지금 강정마을은 7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법 처리되고 수억원의 벌금과 함께 감옥을 갔다 온 주민들도 한 두명이 아니다.

아름다운 추억과 마을의 내력이 깃든 구럼비를 폭파하고, 평화로웠던 마을공동체를 파괴한 사람들은 과연 누구이고 그들은 과연 어떤 책임을 졌는가.

이 정부엔 마을 사람들의 통곡(痛哭) 소리가 들리지도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