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선비 최부 뜻밖의 중국 견문’ 특별전

2015-08-04     김성명

당시 엿볼수 있는 소중한 기록들

한.중 문화 이해와 교류 발전 계기

푸른 바다 한 가운데 제주가 있다. 제주인들은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기에 종종 풍랑을 만나 먼 곳으로 흘러갔고 때론 낯선 사람들이 제주로 흘러왔다. 뜻밖의 일로 배가 낯선 곳으로 떠밀려 가는 표류(漂流), 제주에선 낯설지 않다. 오직 뱃길로만 외부 세계와 소통했던 제주는 오랜 표류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제주인들이 표류에서 얻은 견문과 지식은 당대의 새로운 세상을 우리에게 전한다.  

국립제주박물관은 지난달 21일부터 오는 10월4일까지 기획특별전 ‘조선 선비 최부, 뜻밖의 중국 견문’을 마련했다. 이 전시는 1488년 최부(崔溥, 1454∼1504) 일행 43명이 제주 별도포를 떠나 추자도 부근에서 표류하다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고 중국 땅에 표착한 뒤 무사히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을 기록한 ‘표해록(漂海錄)’을 오늘의 시각에서 살펴보는 기회다.

중국 절강성박물관(浙江省博物館)과 2년에 걸쳐 공동으로 기획하고 준비했으며, 올해는 제주에서 2016년에는 중국 절강성박물관을 순회하는 상호 교류전이다. 전시품은 한·중·일 3국에서 수집한 350점이다. 이 가운데 ‘봉사조선창화시권’(보물 1404호)을 비롯한 국내 지정 문화재 8건과 절강성박물관 소장 1급 문화재도 9건이 포함돼 있다.

최부는 조선 성종(成宗·재위 1469∼1494) 때 문신으로 1487년 추쇄경차관으로 제주에 부임한 지 두 달만인 1488년 윤정월 부친상을 당해 나주로 돌아가던 중 폭풍을 만나 표류하여 중국 땅에 닿았다. 중국 관리들의 거듭된 신문 과정에서 최부가 학식이 높은 조선의 선비이자 관리임이 밝혀지고, 조선으로 송환 절차를 밟아 환대를 받으며 모두가 무사히 조선으로 돌아왔다.

최부와 제주인들은 중국에 머무는 동안 선진적인 강남문화를 경험하고 경항대운하(京杭大運河)를 통해 이동한 뒤 북경과 요동을 거쳐 의주로 귀국했다. 당시로서는 중국의 강남문화를 체험한 최초의 조선인들이었다.

최부의 표해록은 성종의 명에 따라 바로 부친상을 치르지 못하고 고난의 여정을 낱낱이 기록해 바친 ‘중조문견일기(中朝聞見日記)’를 후대에 책으로 간행한 것이다. 최부의 표해록은 13세기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9세기 일본 승려 엔닌(圓仁)의 ‘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記’와 더불어 중국 3대 견문록으로 우리나라와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15세기 명나라 사회에 대한 사실적인 기록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뜻밖의 표류에서 뜻밖의 견문으로 이어진 일련의 여정을 기록한 표해록에는 당시 사람들의 고뇌와 갈등, 과 신념과 의지, 역경을 견디며 일행을 책임진 헌신적인 지도자상, 15세기 명대의 강남문화와 경항운하, 조선과 중국의 외교문화, 당대 지식인의 활동상과 역사 인식, 순간을 놓치지 않았던 조선의 위대한 기록문화가 담겨져 있다. 

이 전시는 표해록을 바탕으로 최부 일행의 발자취를 따라 ‘조선의 선비 최부’ ‘최부 일행 43인의 표류자’ ‘뜻밖의 중국 견문’ ‘조선과 중국의 문화 교류’ ‘조선 선비의 중국 견문기, 표해록’ 등 다섯 주제로 전개된다. 특히 최부가 감탄했던 중국 명나라의 강남문화가 짙게 배인 경항도리도를 비롯한 회화류와 조각·공예·복식 등은 제주인의 눈길을 사로잡고, 다양한 영상 매체는 관람객의 이해를 도울 것이다.

최부와 제주인의 눈에 비친 15세기 조선과 명나라를 되돌아보는 이 전시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한·중문화의 수준 높은 교류나 제주 해양 문화 콘텐츠를 재조명하고 개발하는데 큰 보탬이 되고, 관광 교류 1000만 명을 넘어선 한·중 양국이 서로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