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지연 배상금' 해군기지 갈등 키운다

해군기지 반대 단체 구상권 반발
"정부, 돈 무기로 강정주민 겁박
불법·탈법 공사 책임 떠넘기기"

2015-08-03     고권봉 기자

3일 제주 해군기지(민군복합형관광미항) 건설을 반대하는 강정마을회와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이 3000일을 맞은 가운데 갈등의 봉합은 멀게만 느껴지고 있다.

이는 해군기지 준공 시점이 올해 연말로 다가오면서 해군이 공사 지연에 따른 업체 배상금 273억원에 대한 구상권(일종 반환청구권)을 시민단체와 시위자에게 청구키로 알려져 강정마을회 등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강정마을회와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는 성명을 내고 “강정마을 주민들이 부당한 제주해군기지에 맞서 평화롭게 저항해 온 지 오늘(3일)로 3000일을 맞았지만 정부가 돈을 무기로 강정 주민 등을 겁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지난 3000일 동안 진정한 사과나 갈등 해결에 관심이 없었던 정부는 강정 마을 공동체 파괴에 앞장서고 있다”며 “정부는 공사지연배상금 273억원에 대한 구상권 청구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공사 지연의 책임을 죄 없는 강정 주민에게 덮어씌우려고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주민과 활동가들의 항의 행동으로 인해 공사가 지연됐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공사가 지연된 주된 이유는 해군과 시공사의 불법, 탈법 공사 때문”이라며 “해군과 공사업체들은 오탁 방지막 훼손 등 불법 공사로 인해 제주도로부터 9차례나 공사 중지 통보를 받은 바 있다”고 지적했다.

또 “2012년에는 제주해군기지 공사 설계 오류로 인해 제주도 차원의 공사중지 청문 절차가 진행되기도 했다”며 “해군기지 공사 강행과 자신들의 불법, 탈법 공사로 인한 책임을 누구에게 떠넘긴다는 말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와 함께 이들은 “가족끼리, 이웃끼리 아름답고 평화로웠던 강정마을 공동체를 파괴한 책임은 누가 배상할 것”이냐며 “20만명이 넘는 국가공권력을 동원해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탄압하고 7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사법 처리하고 수억원의 벌금을 물리고 감옥에서 보낸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고 되물었다.

이들은 또한 “강정 공동체의 갈등을 해결하고 회복하는 유일한 길은 처음부터 잘못된 이 제주해군기 공사를 전면 재검토하고 바로잡는 일 뿐”이라며 “제주해군기지 투쟁 3000일은 저항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일 뿐이고 해군기지와 강정의 평화, 동북아의 평화는 함께 공존할 수 없음을 알리며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지켜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정부는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 지연에 따른 건설업체에 273억원을 배상하게 됐으며, 이에 해군은 지연 원인을 제공한 시민단체와 시위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