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형 레시피 개발과 ‘쿡방’
요즘 방송 ‘먹방’에서 ‘쿡방’으로
백종원 프로그램 큰 인기
가까운 재료에 손쉬운 요리법
관련 식재료 매출 엄청 늘어
제주 농산물 이용 ‘요리’ 기대
매년 되풀이 산지폐기 막을 수도
요즘 인터텟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1위는 뭘까.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 등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사건 사고와 배용준 결혼 등 굵직한 이벤트들 속에서도 부동의 1위는 아마도 쿡(cook·요리)과 연관된 검색어일 것이다. ‘쿡’ 관련 검색어가 상황에 따라 일시적인 1위 자리를 내줄 지는 몰라도 지속성을 따진다면 이론의 여지없이 가장 인기 있는 검색어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지난 겨울을 뜨겁게 했던 배우 차승원에 이어 나타난 ‘스타’는 요리사 백종원이다. 그의 ‘쿡방(직접 요리하는 방송)’이 요즘 텔레비전의 가장 인기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과거엔 맛있는 음식점을 소개하는 ‘먹방(먹는 방송)’이 대세였다면, 지금은 쿡방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연예인들과 마치 아줌마 같은 ‘백 아저씨’의 구수한 입담으로 인기는 더해간다.
쿡방의 경우 초기에는 전문레시피를 가지고 요리를 했다면, 요즘은 다들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아이템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다보니 소셜네트워크(SNS)에도 쿡방 따라하기가 연일 올라온다. 아내와 아이들도 따라하기를 한다. 너무 쉽단다. 그리고 재미있단다.
이러한 흐름은 어디에서 기인되는 것일까. 보고 듣는 것에서, 이제는 ‘직접’ 만지고 느끼는 것에 훨씬 가치를 느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는 농민이다. 그러하기에 이러한 먹방이든 쿡방이든 식재료가 무엇인가가 제일 중요하다. 며칠전 홈쇼핑에서 백모씨 레시피를 토대로 통조림을 판매했고, 완판이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또 오프라인 모 대형마트에 따르면 꽁치·고등어 통조림은 방송일인 이달 7일부터 13일까지 일주일간 매출이 전년대비 284%, 2주전 대비로는 388% 증가했다.
그의 또 다른 히트 아이템인 만능간장의 재료 ‘간 돼지고기’는 방송이후 일주일 매출이 전년대비 40% 증가했고, 고형카레 또한 카레 요리 방송 직후 일주일간 매출이 69% 늘었다고 한다. 온라인몰에서 인기가 급증, 모마켓에서도 꽁치·고등어 통조림은 방송 직후 일주일간 판매량이 전년대비 14배(1332%) 급증했다는 소식이다.
이처럼 음식이 어떠한 식재료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매출이 엄청나게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현상이다. 앞으로의 흐름은 어떠할 것이며, 어떻게 진행돼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을 해야만 할 것이다.
산지폐기를 통한 수급조절을 해야만 하는 농산물 생산이 제주에서는 매해 반복되고 있다. 그동안 행정과 농협 그리고 유통업체에서는 소비자들이 찾지 않는다는 변명으로 방치 혹은 폐기를 제안했다. 농민들은 그들의 주장이 옳다고 여겼고, 어김없이 그들의 제안을 따랐다.
하지만 요즘 트렌드를 읽다보니 소비자들이 찾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몰라서 혹은 홍보가 안돼서 찾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본다. 제주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농산물과 식재료를 활용한 레시피 개발과 홍보가 부족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쿡방에서 소개되는 식재료가 깡통 통조림이 아닌 제주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농산물을 이용한 요리라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제주형 레시피 개발과 홍보, 그리고 체험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지역의 소중한 식재료를 이용한 레시피 개발은 전문가 그룹에게 의뢰를 하면 될 것 같다. 홍보는 지역 언론사를 활용한 기사와 방송을 이용하고 체험프로그램은 농협 혹은 공공성을 확보한 곳에서 운영한다면 가능할 것 같다. 더 나아가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자재만을 사용하는 식당을 개설, 도민이나 관광객들이 찾는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러한 일들을 현실화 하기위해서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행정과 생산자 그리고 요리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검증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지금까지 몇몇 단체에서 ‘착한가게’ 혹은 ‘로컬푸드’ 간판을 걸었고, 검증하는 단계도 거치면서 점점 진화를 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모습들을 좀 더 구체화시키고 사회적 공감대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