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육에 이념을 세우자

2015-07-23     강성균

설문대 신화에서 찾을 수 있을 것
창조·희생·사랑·협동 등 의미 내재 


제주교육에 이념이 없다. 곧 철학이 없다는 말이 된다. 교육을 왜 하는지, 무엇을 위해 하는 지에 대한 답이 없다. 그저 구호만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때때마다 논란만이 거듭된다.

이념은 생각이나 의식의 내용을 말하는 것으로 사람이 이성에 의해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개념이고 가치이며 일반적인 목적을 가리킨다. 이념엔 사회 발전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과 가치 있는 삶에 대한 생각들을 통합한 하나의 이상이 들어있다. 그래서 교육이념은 교육이 지향하는 궁극의 목표이자 지표로서 오늘보다는 내일의 의미 있는 삶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다.

교육의 이상 실현을 위해서는 교육이념이 현실 속에 살아 있어야 하며 누구나 수용하는 구체화된 정책으로 행동화해야 한다. 단순히 시대적이거나 특정집단의 생각을 교육이념이라고 포장하거나 제시해서는 안 된다.

매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우리 제주교육에 정연한 제주만의 교육이념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의 삶 전체를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교육을 바로 세우고 우리 아이들을 세계 속에 경쟁력을 갖춘 미래지향적 제주인으로 길러낼 수 있다. 또한 교육이념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 자체가 역사요 문화이고 삶의 이념적 토대인 신화는 교육이념을 세우는 중추이자 원천이라 하겠다.

신화는, 일정한 혈연적, 지역적 또는 사회적 집단이 이 세계에 존재하는 이유와 의미를 말해주며, 그들의 전통 사상을 담은 교육의 안내자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삶의 희로애락을 말해 주고, 통념의 윤리나 가치체계를 넘어서는 행동의 지표가 되며 삶의 이정표가 된다.

신화 속에는 시간을 넘어서는 지역의 모든 것이 담겨 있기도 하다, 그러하기에 신화는 우리만의 교육이념을 세우는데 기본이 되는 것이다. 그리스·로마 신화와 중국의 반고신화, 일본의 ‘이사나미(伊邪那美)신화’는 그 사상이 교육이념에 반영된 좋은 사례라 하겠다.

단군신화가 우리의 건국신화라면, 설문대 신화는 탐라의 생성신화다. 우리나라의 교육이념인 ‘홍익인간’이 단군신화에서 나왔다는 점을 전제한다면 우리 제주는 설문대 신화 속에서 제주만의 교육이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제주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임을 깊이 새겨야 한다. 설문대 신화 속에 내재된 창조·생산·희생·사랑·노력·협동 등의 다양한 의미를 종합하고 전문가와 각계각층의 의견을 모아 제주의 교육이념이 만들어진다면 제주교육은 진정한 의미에서 바로 서게 될 것이며 현재와 미래 속에 새로 태어날 것이다.

또한, 설문대 신화는 문화자원의 진정성과 흥미라는 매력을 동시에 함축하고 있다. 이를 문화콘텐츠 창작분야와 연계하여 학교 현장에서 교육콘텐츠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의 실현을 위해서는 교육이념에 대한 법제화 또한 필요할 것이다. 먼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위원회를 구성하여 토론·논의·공청회 등을 거쳐 교육이념을 도출하고, 최종적으로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 심의를 거쳐 제주의 교육이념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단군신화 속에서 ‘홍익인간’이란 이념을 도출하고 이것을 국가의 교육이념으로 제정한 전례를 따르면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제주의 뿌리와 정체성이 녹아든 교육이념을 제정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제주를 포함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모두가 교육자치단체장의 비전과 지표는 있지만 교육 백년을 관통하는 교육이념을 갖춘 곳은 없다. 교육이념을 세우고 그 바탕 위에서 정책과 구체적인 교육내용을 정하여 학교 현장에서 실천한다면 우리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확실히 준비하여 아이들의 내일을
책임질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은 미래이고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