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1학년 수업시간 ‘운영의 묘’ 살려야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초등학교 1학년 ‘수업시간’ 단축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한다. 1학년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환경 적응력과 대인(對人)관계 형성 방법이라는 것. 따라서 다른 학년과 똑같은 수업시간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그 이유다.
지난 20일 열린 기획조정회의에서 나온 이 같은 문제 제기는 기존 교육과정의 개선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초등학교 교육은 학년에 관계없이 ‘수업시간 40분, 쉬는 시간 10분’으로 일괄 운용되고 있다.
사실 초등 1학년 학생들은 지금까지 없던 새 규칙을 받아들이고 낯선 선생님·친구와 관계 맺기도 힘들어한다. 그동안 돌봄과 보육 중심의 유치원에서 학습 중심 학교생활로의 전환(轉換)에 따른 혼란 중 하나다. 그러기에 우선적으로 배우는 즐거움이 자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수업시간 단축의 당위론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 자체가 교육과정의 일부분임을 간과(看過)해선 안 된다. 수업시간을 40분에서 30분 혹은 20분으로 줄인다고 해서 과연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수업시간을 줄이는 것만이 능사(能事)는 아니다.
설혹 현행 체제가 잘못됐다 하더라도 개선 방법은 ‘수업시간’이 아니라 ‘수업내용’에서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답(答)은 이미 나와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한 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수업시간이 10분이라도 지루할 수가 있고, 40분이라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워할 수 있다”고.
초등학교 1학년 수업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면 무엇보다 ‘운영의 묘(妙)’를 잘 살려야 한다. 교육감의 한 마디에 수업시간 단축에만 열을 올릴 게 아니라, 수업내용 변화에도 초점을 맞춰 개선책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