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敎訓’ 벌써 잊어버렸나

2015-07-12     제주매일

제주와 추자, 완도를 오가는 2800t급 여객선 레드펄호(號)가 취항 닷새 만에 좌초(坐礁)된 것은 지난달 23일이었다. 사고 지점은 추자도 신양항 선회장(입·출항시 배를 돌리는 구역) 인근으로 밝혀졌다.

이날 사고가 나자 탑승객 100여명이 불안에 떨었지만 안내 방송조차 없었다고 한다. 불과  1년 전 ‘세월호 참사’ 비극이 남긴 교훈(敎訓)은 까마득히 잊어버렸다. 그 대신 사고원인을 둘러싸고는 항만관리측과 선사측의 치열한 갑론을박이 오갔다.

당국이 ‘항로 이탈’을 주장하며 선장에게 책임이 있다는 입장인 반면 선사측은 ‘준설에 문제’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그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승객의 안전 문제는 도외시한 채 책임을 놓고 공방만 벌이는 구태(舊態)를 연출한 것이다.

사고원인이 밝혀진 것은 국회 김우남 의원(제주시 을)에 의해서였다. 김 의원의 상임위 질의에 해양수산부는 답변을 통해 ‘신양항의 선회장과 항로 폭이 사고 여객선인 레드펄호가 운항하기에 적절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신양항 선회장과 항로의 폭은 각각 180m와 80m로, 애초 운항 예정이었던 한일카훼리 2호를 기준으로 설계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보다 훨씬 큰 레드펄호가 운항하기엔 무리였던 것이 드러난 것이다.

결과적으론 현실을 무시하고 무책임하게 운항허가를 내준 항만당국이나 추자항 여건을 고려 않고 안일하게 대형선을 투입한 선사측 모두의 과실(過失)이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국가 개조론(改造論)’까지 주창했지만 아직도 ‘안전 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참담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