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산 돼지’ 韓 식탁 점령 ‘속도’
한·EU FTA 발효 4년
국내 유통 수입 돼지고기 절반 이상이 ‘EU산’
국내산 공급 감소·가격 상승 등 영향 지속 증가
유제품 수입도 ‘껑충’…“대책 마련 서둘러야”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2011년 7월 발효된 후 유럽산 돼지고기 등 축산물 수입이 급증하면서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펴낸 ‘한·EU FTA 발효 4년, 농축산물 수출입 변화와 시사점’이라는 농정포커스 자료에 따르면 EU산 돼지고기 수입량은 국내산 공급량 감소와 가격 상승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작년 7월부터 올해들어 지난달까지 수입된 EU산 돼지고기는 23만4699t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8.0%나 증가했다. 또 FTA 발효 전 평균 수입량에 비해서는 무려 68.4%나 늘었다.
지난해부터 국내 돼지 유행성설사병(PED)와 구제역(FMD) 발생으로 도축마리수가 감소하면서 상대적으로 EU산 돼지고기 수입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돼지고기 총수입량 가운데 EU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53.9%로 FTA 이행 3년 대비 9.4%포인트 상승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수입 돼지고기의 절반 이상이 EU산인 셈이다.
반면 미국산과 캐나다산, 칠레산 비중은 각각 28.6%, 9.7%, 5.7%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5%포인트, 2.2%포인트씩 하락했다.
특히 국내산 가공원료용 돼지고기 값이 오르면서 냉동돼지고기 수입량은 FTA 이행 3년차와 비교해 1.3배 증가했다. EU산 돼지고기 수입량에서 냉동돼지고기의 비중도 52.7%로 전년보다 16.1%포인트 상승했다.
FTA 발효에 따른 관세인하가 EU산 돼지고기 수입가격 하락으로 연결된 것으로 분석된다.
돼지고기 중 냉동돼지고기의 수입가격은 FTA 발효 전 ㎏당 3405원에서 FTA 발효 4년차에는 2950원으로 13.4% 떨어져 관세인하 효과가 가장 컸다. 이어 냉동삼겹살(-7.3%), 냉장삼겹살(-6.7%) 등이다.
EU산 유제품 수입도 크게 늘었다. FTA 발효 4년차 EU산 유제품 수입량은 8만1465t으로 3년차 대비 25.9% 증가했다.
관세 인하와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확대, 주요 수출국의 증산에 다른 수입가격 하락, 국내수요 증가 등이 주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내 시장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EU산 오렌지 등 신선과일 수입은 FTA 이행 4년차 2539t으로 전년 대비 37.0% 늘었다.
농경연은 “앞으로 FTA 발효에 따른 관세 인하폭이 확대되면 수입가격 인하효과로 연결돼 국내산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국내 축산업이 위축되지 않도록 내실있는 보완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