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었을 아이 가슴아파”
초등교사 ‘1일 왕따’ 사건 피해 학부모 기자회견
아이들 진술토대 사건일지 공개
미온한 후속조치 2차피해 주장
“자다가 벌떡 일어나 가방 싸는 아이를 별 걱정 없이 대했어요. 왜 이제야 알았을까 너무 미안합니다.”
'1일 왕따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도내 한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들이 9일 제주도교육청 기자실에서 어렵게 입을 열었다.
학부모들은 "손발톱 물어뜯고, 자다가 벌떡 일어나 가방 싸고, 속옷에 대변 묻혀 온 아이를 그저 적응 과정이겠거니 대했던 것이 가장 마음이 아프다"며 "담임교사는 '왕따'라는 용어를 쓴 것에 대해서만 사과했으나, 왕따 제도와 유사한 어떤 형식의 체벌도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학부모들이 공개한 사건일지에 따르면 '1일 왕따 사건'은 5월초부터 있었다. 한 학생이 알림장을 학교에 두고 와 숙제를 못 해가게 되자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렸고 이유를 묻는 과정에서 지난 1일 처음 사건을 드러났다. 이후 이 사실을 알게 된 다수의 학부모들이 심각성을 인지, 6일 학교를 찾아 문제제기를 하며 외부에 알려졌다.
아이들의 일관된 진술을 토대로 작성됐다는 '사건일지'에 따르면 왕따가 되는 경우는 숙제를 해오지 않거나 알림장을 가지고 오지 않는 경우를 비롯해 글자를 삐뚤게 쓰고 문제를 늦게 푸는 경우도 포함됐다. 담임교사가 '000 왕따' 라고 말하면 그 날 하루 왕따가 된 여덟 살 아이는 하루 종일 뛰어놀지도,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지도 못 한다. 아이들은 “왕따가 된 친구를 보면 불쌍하고 무섭지만, 잘못하다 나도 왕따가 될까봐 그 친구랑 놀고 싶어도 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왕따를 당한 학생은 한 반 전원 24명 중 20명이다. 학부모들은 "5월부터 일어난 왕따 사건이 그동안 외부로 드러나지 않은 것은 담임교사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집에 가서 말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특히, 후속조치 과정에서 학교와 교육당국의 미온한 후속조치가 아이들에게 2차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왕따 제도로 상처를 받았고 담임교사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판단, 담임과 학생의 즉각적인 분리를 원했지만 학교 측이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날 종례시간 담임교사가 발설 책임을 묻는 상황이 발생, 아이들이 죄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교육당국 수장을 만나러 간 자리에 사전 동의 없이 해당 학교 교장이 나와 있어 의견을 개진하기 어려웠다고도 덧붙였다.
특히 학부모들은 “담임 교체 요구에 교장과 교육당국이 권한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이 연약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지속적이고 은밀한 학대라는 점에서 교육당국이 서둘러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아이들의 상처를 치유해줄 것”을 강하게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