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인조잔디는 말 장난이다”

2015-07-08     김재호

운동장 인조잔디 유해성 심각
도내 모학교 납 기준치 50배 검출
자라나는 애들에게 치명적일 수

교육청 마사토?천연잔디 권장
‘인조’ 요구는 제주 학부모가 유일
인조잔디운동장 당장 멈춰야


흙바닥으로 조성된 제주시 회천동 시민운동장은 많은 달림이들에게 사랑 받는 운동장이었다. 어느 날 쾌적한 체육환경 조성이라는 명분으로 인조잔디를 깔았다. 기대에 찬 기분으로 인조잔디 운동장을 달렸는데 구토심이 생기고 숨이 막혀 50m도 뛸 수가 없다.

아름다운 학교로 이름 매겨진 애월읍 납읍리 납읍초등학교에 무슨 명목으로 인조잔디를 깔아 생명이 사라진 운동장으로 만들었는가? 이렇듯 제주에는 66개 학교 운동장에 인조잔디가 조성되어 있다. 우리 아이들이 독가스와 다름없는 인조잔디 운동장에서 뒹굴며 운동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최근 제주도교육청은 인조잔디 유해성 문제로, 마사토 혹은 천연잔디로 운동장을 조성하도록 권유하고 있지만, 제주도의회와 일부 학교의 반대로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특히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도 학부모들만이 인조잔디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빚어지고 있다.

학교 운동장을 둘러싼 이런 문제를 논의하는 토론회가 지난 2일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마련됐다. 학교의 주인은 교육청이나 교사?학교운영위원?도의회 교육의원이 아니라 바로 ‘학생들’이다. 그런데도 토론에 참석한 도의회 교육의원?학교운영위원은 인조잔디 시공업체에서 제공한 엉터리 자료를 홍보하는 듯한 발언을 하여 도민들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가 전국의 학교 인조잔디 운동장을 대상으로 FITI시험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제주지역 A학교에선 중금속인 납 기준치의 50배가 넘는 4742㎎이 검출됐다. B학교는 2222㎎, C학교는 1147㎎의 납 성분이 나왔다.

중금속이 유입되면 몸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체내에 축적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이날 임춘근 교사는 “인조잔디가 친환경적이라는 말은 해당 업체의 입장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조잔디의 친환경 소재가 유해하지 않다는 말은 업체와 전혀 상관없는 검증된 기관이 충분한 시간을 들여 엄격한 기준으로 검사한 후에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교사는 “플라스틱과 폐타이어 등으로 만든 인조잔디와 접착제 등 합성화학물질에 ‘친환경’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부터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보기에 깔끔하지만 인조잔디에 덮인 운동장은 불모의 땅이 된다. 폐기된 플라스틱 잔디는 지구를 더욱 오염시킨다”고 주장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주무관은 “그동안 마사토 운동장은 설치 기준 없이 아무 흙이나 가져다 썼기 때문에 문제가 많았다”며 “하지만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만든 마사토 운동장 관련 기준에 따라 마사토 운동장을 설치하게 되면 비산먼지 및 배수 문제 등이 많이 줄어들기 때문에 마사토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버려 달라”고 말했다. 그는 “똑같은 수치의 유해물질이 검출됐을 때 성인보다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더 치명적일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도의회 K교육의원은 “인조잔디?천연잔디?마사토 모두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로 결론을 내기가 어렵다”면서도 “소규모 학교의 경우 천연잔디가 좋지만 다인수 학교는 인조잔디를 안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서 어느 학교 운영위원장은 “마사토 운동장의 경우 천연 광물질의 특성상 소재가 불분명하고 광물에는 방사능 물질이 함유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린이에게 치명적인 진드기류의 생성, 쥐?고양이 등의 배설물에 의한 유행성출혈열 등이 염려 된다”며 소가 웃을 얘기로 천연잔디를 깎아내렸다.

도민이 낸 세금으로 환경을 파괴하고 학생들 건강뿐 아니라 교육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사업을 강행하려는 저의가 무엇인가? 사업자들과 뒷거래나 벌인다는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학교인조잔디운동장 사업은 당장 멈춰야 한다.

인조잔디업자들과 고위 공무원들간의 숨은 비리의 소문은 과거 흘러간 얘기일 뿐인가? 친환경 소재 인조잔디는 말 장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