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상이 무색한 ‘작가의 산책길’

2015-06-29     제주매일

지난해 10월 제9회 ‘대한민국 공간문화 대상’ 시상식에서 대통령상까지 받은 서귀포시 ‘작가의 산책길(유토피아로)’관리가 너무 엉망이어서 최고상 수상이 도리어 무색 할 정도라고 한다.

 ‘작가의 산책길’은 서귀포시와 관련이 있는 유명 작가들의 삶과 예술혼이 서려 있는 문화 시설탐방 체험 코스다. 4.9㎞의 코스 구간에는 이중섭?현중화 등 작고한 예술인들의 창작 공간을 스토리텔링한 시설은 물론 기당 미술관, 동아리 창작 공간, 탐방객을 위한 편의시설까지 마련해 놓고 있다. 여기에 투입된 예산도 적지 않다.

특히 ‘작가의 산책길’ 조성은 서귀포시가 지향하는 문화 예술도시 육성사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그래서 제주도는 2012년 4월 ‘작가의 산책길 및 문화 예술시장 운영?관리조례’까지 마련했다. ‘대한민국 공간문화 대상’의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하게 된 것도 이러한 점들이 인정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조례 일부를 개정해 도지사 소속으로 운영위원회를 두도록 하는 한편 주민협의체까지 구성토록 한 것도 ‘작가의 산책길’을 더 발전적으로 운영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산책길’ 운영 실태는 말이 아니다. 대통령상 수상이 부끄러울 정도라고 한다.

산책길 구간 곳곳에 설치 돼 있는 나무계단이 파손 돼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가하면 화장실은 이용하기 싫을 정도로 불결하다. 이뿐이 아니다. 분수대에는 녹조가 가득하고 어린이 놀이터는 안전난간마저 파손돼버렸다. 일부 음용수 공급시설에서는 물이 나오지 않았고, 문화재 보호 안내판 역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문화 예술의 도시를 지향한다며 많은 예산을 들여 모처럼 조성한 ‘작가의 산책길’이 이지경이라면 수많은 탐방객들에 대한 도리가 아닐 뿐만 아니라 서귀포에서 예술혼을 불태웠던 작고한 예술인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또한 ‘대한민국 공간문화 대상’의 최고상에 대한 모독일 수도 있다. 제주도와 서귀포시는 하루 속히 ‘작가의 산책길’을] 재정비해서 대통령상 수상작답게 훌륭히 가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