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 화산활동·형성과정 알려주는 중요한 열쇠

강순석 박사의 제주 지질 이야기
⑭우도 갈대화석

2015-06-28     제주매일

■박물관·수장고·정리하다·발견

화석의 발견은 고생물학자에게 있어 가장 흥미로운 일이다. 야외에서 지구의 역사를 알려주는 화석을 직접 확인하고 그 화석에 대한 연구를 통해 지질시대에 살았던 생명의 역사를 알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다.

자연사박물관(自然史博物館)은 한자의 의미 그대로 ‘자연의 역사’를 밝혀주는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는 곳이라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연의 역사를 알려주는 유물이란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까.

자연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자연사(natural history)는 지구 탄생 46억년의 역사를 말한다. 즉, 지구 46억년 동안에 지구상에서 출현하여 살다가 멸종해버린 고생물(古生物)인 화석(化石)을 가리키는 것이다. 지질시대 동안에 지구상에 출현해 지구를 지배하며 살았고, 또한 현재의 종(種)으로 진화를 거듭한 동물과 식물들에 대한 역사를 말한다.

그렇다면 지구의 역사를 연구하는 대상과 자료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화석’이다. 지구의 역사를 포함하는 자연사를 알려주는 유일한 증거물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사박물관에는 바로 화석을 전시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 지역의 화석을 전시하고 연구함에 의해서만 그 지역의 자연사를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제주도 자연사박물관에는 화석이 전시되어 있지 않았다. 약 15~6년전 필자가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에 근무할 때 일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자연사박물관에서는 우선 화석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우기 위해 1999년 1월에 송악산에서 새발자국 화석을 확인하여 일반에 공개하고 연구하고 있었다.

전국적인 언론 보도와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주도적으로 화석을 문화재로서 보호하고 연구해야할 제주도 당국은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실제로 당시 발견된 송악산의 새발자국화석과 우도의 갈대화석은 아직까지도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고 자연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1999년 당시에 박물관에서 ‘보물창고’로 불리는 수장고 정리하는 일을 그 해의 목표로 삼고 보관돼 있는 각종 암석자료들을 확인하여 다시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작업 도중에 식물의 잎과 같은 것들이 응회암에 인상화석으로 찍혀 있는 암석 2점이 눈에 띄었다.

분명히 식물화석인데도 불구하고 그 출처가 명확하지 않았다. 당시 현장에서 암석을 채취했던 박물관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그 암석 2점은 아마도 몇 해 전 우도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1999년5월 주말이 되기를 기다려 우도로 가는 배를 탔다. 작은 섬이라지만 발품으로 돌기에는 ‘넓은 섬’ 우도여서 아무리 뒤졌지만 찾을 수 없었다. 다음 주말에 다시 우도를 방문했다. 해안을 한 바퀴 돌며 화석이 나올만한 곳을 찾아봤으나 소득이 없었다.

왠지 화석이 쇠머리오름 주변에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어 오름 주변을 탐색하기로 했다. 동천진동 포구에서 남쪽 해안을 따라 가면 고인돌과 ‘톨카니’로 가는 해안도로가 나왔다. 고인돌이 있는 해안가 언덕에 서서 동천진동 포구를 보면서 나는 왕바위로 이루어진 그 해안가로 걸어 들어갔다.

마침 들물이 돼 퇴적층은 물속에 잠겨 있으나 왕바위 사이에 노란색으로 풍화된 암석의 덩어리가 눈에 확 들어왔다. 놀랍게도 퇴적층의 표면에는 식물의 잎으로 보이는 화석들이 가득 차 있었다. 박물관 수장고에서 잠자고 있었던 갈대화석의 산지를 확인한 것이다.

해안도로변의 해녀탈의장 앞 해안을 이곳 주민들은 ‘등머흘’이라고 부른다. 화석을 포함하고 있는 퇴적층은 쇠머리오름의 재동 테프라층이다. 해안선을 따라 조간대 상에 분포돼 있어 해수면 하에 잠기게 되며 왕바위 해안선에서 부서진 응회암의 암괴들이 왕바위 사이에 흩어져 있다.

우도가 언제, 어떠한 과정의 화산활동을 거쳐 만들어 졌으며, 어떻게 오늘날의 모습으로 변해왔는지에 대한 우도의 자연사를 알려주는 이 화석지는 현재도 방치돼 있다. 이곳은 시급히 문화재로 지정하고 갈대화석에 대한 정밀 연구를 실시, 우도의 자연사를 확립하는 연구자료로 활용돼야 할 것이다.

 

■화석,·미래·환경변화·예측의·대상··

화석은 화석의 발견만으로도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화석은 지구의 역사와 그 지역의 자연사를 알려주는 유일한 증거 자료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그 지역의 화석을 연구함에 의해 그 지역의 과거 환경을 복원해 현재의 자연 환경을 보유하게 된 자연의 변천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그 지역의 환경이 앞으로 어떻게 변해 갈 것인지에 대한 미래 환경을 예측할 수 있다. 즉, 화석은 단지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유물에 지나지 않고, 그 지역의 역사를 밝히고 앞으로의 환경 변화를 예측 가능하게 하는 미래 지향적인 대상인 것이다.

우도 형성 당시의 고환경 복원에 사용된 자연사적 증거 자료는 다음과 같다. 우선 쇠머리오름 현무암에 대한 연대측정 자료가 절대연대 자료로서 활용된다. 또한 상대연대 자료로는 쇠머리오름 응회구의 화산층서와 갈대화석을 들 수 있다. 두 번째 자료는 우도에서 산출된 갈대화석과 생물흔적 화석의 생태학적 정보들이다.

신생대 제4기 플라이스토세 후기가 시작되는 8만6000년 전에 우도는 바닷속에서 화산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해수면은 현재보다 약 20-30m는 낮았을 것이다. 당시 우도는 현재 성산포 내해지역과 연결되어 있었고, 그 곳에는 갈대가 자라고 있던 환경이었다. 또한 동시에 산출된 생물흔적 화석은 갑각류의 서관으로서 현재 우리나라 서해안과 같은 조간대의 갯벌 환경하에서만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도는 화석형성 당시 화산재의 갯벌이 넓게 펼쳐진 조간대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제주지질연구소장>

 

 

쇠머리오름 분화 후 재퇴적작용 결과로 화석 형성

우도의 쇠머리오름은 수성화산인 응회구로서 조간대 내지는 아주 얕은 바다 환경에서 생성됐다.

화석 산출층은 쇠머리오름 응회구의 중심부에서 서쪽으로 약 1㎞ 떨어진 곳인 동천진동 해안에 노출돼 있으며 화산재의 수평층리가 잘 발달되어 있는 화산재 퇴적층이다.

이 층은 쇠머리오름 응회구의 화산 분화과정에 수반된 재퇴적작용의 결과로 형성된 재동 테프라(tephra)층으로서 해저환경하에서 퇴적된 것이다.

쇠머리오름 응회구의 최상부층인 재동 테프라층으로부터 갈대 화석을 비롯한 식물화석이 다량 산출됐다. 산출 화석은 주로 갈대의 잎·줄기 및 꽃으로 퇴적층의 층리면에서 다량 산출된다. 화석들은 층리면에 인상 화석으로 찍혀있는 형태다.

같은 층준으로부터 참나무과로 추정되는 넓은 잎을 갖는 식물화석도 나왔다. 더욱이 식물화석 산출층의 하부 층준에서는 조간대의 갯벌환경에서 서식하는 생물흔적화석(trace fossils)이 잘 보존돼 있다. 이 생물흔적 화석은 조간대에 서식하는 갑각류의 수평 서관(棲管)으로 추정된다. 이 논문은 2001년 고생물학회에 보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