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테러범 "희생자에 사과한다" …사형선고 받아

2015-06-25     제주매일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폭탄테러범인 조하르 차르나예프(21)에게 범행 2년 2개월여 만에 공식적으로 사형이 선고됐다.

미국 매사추세츠 지방법원의 조지 오툴레 판사는 24일(현지시간) 열린 차르나예프에 대한 양형 심리에서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 일부러 범행했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이에 앞서 1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도 지난달 15일 만장일치로 사형을 선고했다.

심리는 희생자 가족과 생존자 20여 명의 증언, 차르나예프의 최후 진술, 판사의 선고 순으로 진행됐다.  

딸을 잃은 한 패트리샤 캠벨은 차르나예프를 향해 "네가 내 딸에게 한 짓은 역겹다"며 "너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배심원이 옳은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폭발 당시 다리를 잃은 레베카 그레고리는 고개 숙인 차르나예프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너는 미국을 망가뜨리려고 했겠지만, 실제 네가 이룬 것은 반대다. 너는 우리를 하나가 되게 했다"고 말했다.

일부 유족과 생존자들은 차르나예프가 러시아에서 이민 와 미국 생활의 이점을 누릴 때로 누리면서 미국 시민을 공격했다고 비난했다. 희생자 유족인 제니퍼 로저스는 "당신은 미국인의 자유의 특권을 남용하는 거머리이고 미국의 건국이념에 침을 뱉었다"고 말했다. 

3시간여 이어진 희생자 가족과 생존자들의 증언을 무표정한 얼굴로 들은 뒤 차르나예프는 체포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서 입을 열었다.

그는 "의심할 여지없이 나는 유죄다. 나의 형도 마찬가지"라면서 범행을 인정했으며 "나 때문에 목숨을 잃은 사람들과 고통당하는 사람들에게 사과한다. 그리고 엄청난 피해에 대해서도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을 "이슬람교도"라고 밝히고 나서 알라(신)가 희생자와 희생자 가족은 물론 자신과 형, 자신의 가족에게도 자비를 베풀 것을 간청했다.

5분 동안 말을 이어가면서, 차르나예프는 평정을 유지하려는 듯 몇 번을 멈추기도 했다.

차르나예프의 진술이 끝나자 오툴레 판사는 '인간이 저지른 악은 사후에도 남지만, 선은 뼈와 함께 묻힌다'는 셰익스피어의 말을 인용하면서 "바로 조하르 차르나예프도 같은 경우일 것"이라고 밝혔다.

오툴레 판사는 "누구도 선생님들이 그를 좋아했고, 그의 친구들이 그와 함께 즐거웠고, 장애인에게 보여준 연민을 기억하지 않을 것"이라며 " 기억에 남는 것은 당신이 살인을 저질렀고 무고한 사람을 다치게 했으며 그 일을 모두 의도적으로 했다는 것이다. 당신은 고의로 그랬다"며 "사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차르나예프는 판사의 선고를 들으며 고개를 떨어뜨리고 맞잡은 손을 비볐다.

그가 재판을 받는 동안 감정을 드러낸 것은 단 한 번으로, 러시아인 친척이 증인대에 섰을 때 눈물을 흘렸다.

또 재판 기간중  반성의 뜻을 표현한 것은 사형반대운동으로 유명한 헬렌 프리진 수녀가 그를 만났을 때  "누구도 그런 고통을 당할 이유는 없다"고 말한 것이 전부다.

배심원단은 앞서 그에 대한 사형을 만장일치로 결정할 당시 반성의 기미가 없다는 것을 한 이유로 들었다.

이날 재판정 밖에 있던 테러 생존자들도 그가 재판 동안 반성하지 않았다며 차르나예프의 진심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린 줄리언은 "그의 말을 듣고 싶어했던 게 유감이다. 그는 하나도 반성하지 않았다"고 말했고, 스콧 바이스버그도 "나에게 아무런 변화도 만들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른 생존자인 헨리 보가드는 "그의 말을 들어 진심으로 기쁘다. 그를 용서한다"며 "나는 평안을 얻었고 그 역시 그러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2013년 4월 15일 발생한 보스턴 마라톤 테러는 마라톤 결승점에서 압력솥을 이용해 만든 폭탄 2개가 터지면서 3명이 죽고 260명 이상이 다친 사건이다.

테러는 타메를란-조하르 형제가 했으며, 형인 타메를란은 테러 직후 경찰과 대치하다 총격으로 사망했다.

한편, 사형이 선고된 사건은 자동으로 항소 되도록 한 법에 따라 차르나예프는 앞으로 항소심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