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집 구하기
가족과 함께 일생을 담는 ‘그릇’
제주 이주민 시골마을 선호
빈 고택 수요 늘며 가격도 폭등
시골집 리모델링 세심함 필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웃 배려
마을은 마음?인생이 들어설 곳
집은 사람이 살 곳이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 일생을 담아가는 그릇이다. 제주에서 이 그릇구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제주에 이주를 원하는 분들 대부분이 가장 힘든 것으로 집구하기를 꼽는다. 제주시내권은 육지부 대도시 못지않은 인프라와 거주편의시설이 구비돼 있음에도 기왕 시작하는 ‘제주살이’이니 만큼 외곽, 올레길이 구비치는 시골마을 한적한 옛집을 선호하는 분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최근 몇 년 동안 제주이주 붐 탓으로 마을마다 2~3채씩은 있었던 빈 고택들이 동났다. 가격도 폭등했다. 제주 특유의 정서가 서려있는 돌집들은 이주민들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는 바람에 동네마다 있던 빈 집들은 때 아닌 ‘특수’를 누렸다. 필자도 4년 쯤 전부터 해안마을 고택을 리모델링해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로 이용할 생각을 가져왔으나 어찌나 빠르게 없어지는지 사업화의 엄두도 내지 못하고 말았다.
운이 좋았거나 열심히 발품팔고 다닌 끝에 고택을 손에 넣은 분들은 대부분 리모델링을 염두에 두고 시공방법과 자재선택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고택의 가치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 건축연도?구조안전도?생활편의성 등을 고려해 고쳐서 살려둘 것인지, 아니면 일부를 철거하고 새로이 기능을 추가할 것인지 증개축에 대한 세심한 아이디어가 필수다.
스스로의 능력을 믿고 직접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필자도 6평 남짓한 ‘쉐막(외양간)’을 리모델링한다고 장장 7개월을 혼자 매달리며 온갖 고생을 다했던 경험이 있다. 다시 하라면 못할 일이다.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길 권한다.
최근의 제주도는 그야말로 ‘제주도는 건축 중’이라는 표현이 딱 맞을 만큼 동네마다 마을마다 건축현장의 소음과 먼지로 꽤 법석인다. 수요자는 많은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니 신축하는 주택이 많다. 한 번 지으면 30년 이상은 거주할 각오로 지어져야 할 텐데 이를 위한 주택 건축 시 유의해야할 점들이 적지 않다.
우선 건축현장이 중산간지역이라면 모르되 해안지역이라면 ‘해안선에서 50m 건축 제한’ 규정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경치와 땅모양이 좋다고 해서 바닷가 땅을 매입해 집을 지으려 할 경우, 덥석 지을 일이 아닌 것이다. 건축미관심의도 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조건을 스스로 채워놔야 한다.
시공업체도 잘 선정해야 한다. 많은 이들의 경험담에는 ‘공사 중 시공업체의 횡포’에 시달렸다는 사례가 참 많다. 분명 계약상의 갑과 을이 분명하지만 공사기간 늘리기, 자재비 추가하기 등은 ‘양반’이다. ‘을님’이신 시공업체의 터무니없는 요구가 먹히지 않으면 공사중단도 불사한다. 영세한 업체들이 싸게 견적하며 계약을 수주하고는 공사시작하면서 깎인 견적을 보상받으려 온갖 횡포를 일삼는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심한 경우 ‘유치권행사’를 무기로 협박을 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믿을 만한 건축설계사나 주변의 전문인들의 도움을 받아서 방지해야 할 것이다.
자재수급에도 요령이 필요하다. 제주의 물류비는 육지보다 20~30%의 추가비용을 요구한다. 그래서 육지보다 그만큼 비싸다. 소량의 경우는 큰 차이가 없지만 건물 한 채를 지어야 할 만큼의 자재의 경우는 육지에서 한꺼번에 발주, 화물운송을 이용해 받으면 15~20% 절감할 수 있다. 자재소요를 정확하게 따져서 차질이 없이 발주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다.
끝으로, 집을 짓느라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소음과 먼지가 이웃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반드시 살펴보며 주의해야 할 일이다. 오래된 마을일수록 지역에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이 계신다. 지역에 정착하겠다면서 “내 돈 내고 내가 짓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파렴치를 범하기보다는 함께 배려하고 품어주는 이웃으로서 제주살이를 시작하는 것이 집짓기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집은 살림살이가 들어설 곳이지만 마을과 이웃은 당신의 마음이, 인생이 들어설 곳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