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은밀한’ 선수거래 사실로

부정출전·승부조작·공금횡령 등 혐의 40명 불구속 입건

2015-06-24     박민호 기자

그동안 은밀한 관행으로 진행돼 왔던 무자격 선수 전국체전 부정출전 비리와 승부조작 사례가 적발됐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제주도체육회와 체육회 소속 고위 간부가 연관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내 체육계에 적잖은 파문이 예상된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4일 전국체전 유도경기에 무자격 선수를 부정으로 출전시키고, 승부조작, 공금횡령 등을 한 혐의로 국내 유명사립대학교수 안 모(53)씨와 정 모(57)씨, 전직 국가대표팀 감독인 조 모(39)씨, 대한유도회 심판위원장인 문 모(66)씨 등 4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8∼2014년 전국체전에 출전자격이 없는 유도선수 107명을 모두 179회 출전시켜 전국체전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안 교수는 2012∼2014년 자신의 제자인 용인대 유도 선수 18명을 제주도 대표로 부정하게 출전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간 제주도체육회는 안 교수에게 2012년 2000만원, 2013년 2000만원, 2014년 7000만원 등 모두 1억1000만원을 건낸 것으로 확인됐다.

안 교수는 2009∼2014년 용인대 선수 132명에게 지급된 훈련비 1억600여만원을 가로채고, 법인카드로 식당과 숙박업소 등에서 이른바 '카드깡'을 하거나 금액을 부풀려 결제한 뒤 차액을 받는 수법으로 1억9300여만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안 교수는 지난해 전국체전 여자 유도 대학부 78㎏ 이하 결승전에서 특정 선수에게 고의로 패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직전 국가대표팀 감독이었던 조 교수는 2012년 용인대 유도경기지도학과장으로 재임 중 단체 후원금, 선수 장학금, 학교 공금 등 8000만원을 횡령하다 이번에 적발됐다. 조 교수는 이 돈을 주식 투자금과 유흥비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 체육회 고위 임원이기도 한 문 심판위원장은 2013년 전국체전 유도 남자 대학부 73㎏ 이하 8강 경기에서 특정 선수를 이기게 하려고 종료 7초 전 상대방 선수가 정상적인 '배대뒤치기' 공격을 했음에도 이를 위장 공격이라며 주심에게 ‘지도’ 벌칙을 주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문 심판위원장은 “승부조작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문 심판위원장은 이날 <제주매일>과의 전화통화에서 “경기종료 1초를 남겨놓고도 승부가 뒤집히는 게 유도(스포츠)의 묘미”라며 “당시 심판의 ‘오판’은 있을 수 있지만, ‘승부조작’은 있을 수 없으며, 하지도 않았다”고 경찰조사에 불만을 제기했다.

문 심판위원장은 그러면서 “만약 승부조작이 있었다면 그때 조사가 진행됐어야 했다”면서 “대한유도회와 대한체육회 등에서 아무런 언급도 없다가 뒤늦게 이런 일로 유도계를 흔드는 저의가 궁굼하다”며 표적 수사 의혹도 주장했다.

경찰은 전국체전 훈련비 수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인 국내 유명 실업팀 A 감독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유도 외 다른 종목에서도 부정출전 사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