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에 의한 용역을 위한' 행정계획 남발사태

2015-06-16     백승주

종합계획수정안 용역 실시
빌미 제공한 제발연이 또 담당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일

미래비전계획 용역도 18억 투입
‘내부지침’ 만들기에 재정 낭비
여기도 제주발전연구원 전담기관

최근 제주특별자치도가 최상위 법정계획인 제2차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의 수정계획안 마련을 위한 용역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2011년 삼성경제연구소와 제주발전연구원이 공동 작성한 ‘제2차 종합계획’ 전반에 대해 전문기관의 평가를 통해 그 실행력을 확보하고 국내외 여건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함에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제2차 종합계획의 수정계획안 마련을 위해 용역비 3억6000만원을 투입하며 제주발전연구원이 이번 수정계획용역을 담당한다고 밝혔다.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제주발전연구원은 도민들이 인정한 바와 같이 불과 몇 년도 내다보지 못한 채 작성된 ‘제2차 종합계획’에 대한 수정의 빌미를 제공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이 제주발전연구원이 제2차 종합계획 전반을 평가할 전문기관으로 낙점된 것이다.

특히 제주자치도는 “2012년 종합계획 수립 이후 새로운 정책전략이 대두되는 등 중요한 여건변화가 이뤄지고 있음에 따라 이를 수용할 필요가 있고, 지역발전의 새로운 모멘텀(추진력)을 살려 2021년 이후를 바라보는 미래지향적인 비전 및 전략을 제시하기 위해 추진되는 것”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필자는 지난해 8월 본란(本欄)을 통해 완곡하게 법정되지 않아 대외적 구속력이 없고, 어쩌면 도정의 미래비전 구상 부각에 그 주안점이 주어져 행정내부지침으로 활용될 소지가 큰 ‘미래비전계획’을 고액의 용역비를 들여 굳이 만들어야 하느냐는 진언(眞言)같지 않은 진언을 한 바 있다.

우선 법적 구속력이 약하고 법적 근거에 의하지 않은 계획형식의 지침의 유용성은 일반적으로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미래비전계획 수립의 당위성이나 명분은 그리 크지 않다고 했다. 설령 18억원의 예산확보가 쉽게 이루어졌을지라도 행정의 타성적이고 나쁜 선례 답습관행에 비추어 앞으로 새로운 도정이 출범할 때마다 이런 지침계획수립을 관례화 시켜나갈 소지가 크기 때문에 재고의 여지가 크다고 했다. 그 대안으로 국정지표 및 관련법령의 테두리 안에서 미래비전계획 수립의 당위성을 포괄하여 지사의 도정철학과 정책의지 내지 정책방향 등을 함축하는 도정지표를 만들어 사용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미래비전계획의 내용이 그 실현 또는 실천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기존 제1차·제2차 종합계획서상 제주개발미래비전 내용을 크게 압도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미래비전계획의 유용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보았다. 그래서 별도로 미래비전계획수립 없이 현 제주개발상황 중 도정의 정책방향이나 정책의지에 반하여 그 시정 또는 개선·보완이 요구되는 사항들을 엄격히 발췌·검토하여 그 시정·개선·보완한 내용을 제2차 종합계획의 수정계획의 주된 내용으로 할 것을 주문했다.

지난 2월 국토연구원 등 4개 기관·업체가 미래비전계획 수립용역에 참여해 11월경 최종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기이하게도 전지전능한 전문기관으로 비쳐지는 제주발전연구원이 여기서도 실질적 책임기관 역할을 맡고 있다.

동시에 제주발전연구원은 ‘꿩 먹고 알 먹고’식으로 2개 용역의 전담기관이 되고 있다. 특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11월에 나올 미래비전계획 내용으로 제2차 종합계획의 수정계획을 덧칠하여 완성한다는 행정의 안이함이다. 행정은 스스로 미래비전계획의 한계상황을 인정하고 있고, 도정의 비전이 종전의 그것들과 다름만을 강조한 결과 용역의 남발로 이어져 스스로 예산낭비를 조장하고 있다.

2002년 이래 제주개발 관련 각종 미래계획에서 환상적·치장적인 사업내용을 발굴했으나 여건과 환경·능력이 미치지 못해 그 실천력이 역부족인 것으로 드러나 있다. 그래서 새 도정이나 도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여러 기관들이 아직도 제주용역의 주체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이들이 참여한 이번 미래비전계획 또는 제2차 수정계획의 실행 또는 실천력 지수가 얼마나 높게 나타날지는 예측을 불허한다.

더욱이 용역을 위한 용역 등으로 재정낭비가 방치돼도 되는 것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 과거와 현재를 거치지 않은 미래는 존재하지 않음을 되새겨 봤으면 한다.